정태수 총회장의 로비 수법이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어떻게 로비를 했길래 정치 관계 금융계의 거물들이 6조원의 대출에
엮어들어가게 됐을까.

건설업계의 원로인사들은 최근의 수사방향이 외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부터가 정총회장의 로비 실태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물론 외압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실무자부터 내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철저한 저인망식 로비"와 "받는 사람이 기가 질릴 정도의
자금 투입"이 정총회장의 특기중의 특기라고 밝힌다.

예를들어 은행장에게 돈을 쓸때는 가방에 돈을 넣어 갖다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출금중에 상당몫을 뚝떼어 은행장앞으로 돌려놓는 수법을
쓰고 실무자들에게도 엄청난 돈을 안겨 "이런 정도라면 나중에 사고가
생겨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

말하자면 당사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정도로 철저한 로비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 원로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고위층 뿐만아니라 실무선에까지 큰 몫의 자금이 풀렸고
이들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비로소 "정태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실무선까지 기반을 닦아 놓지않은 상태에서 고위층만을 상대한 로비는
유사시에 약효도 적고 사정기관에 투서 등이 뒤따라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정총회장은 잘 알고 있다는 것.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