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효 <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

피상적으로는 서로 상반된 개념처럼 들리는 자율과 감독은 사실 많은 경제
활동에 있어서 서로 상호보완적이고 적절히 조화되어야 할 필수요인들인
것이다.

타율이 건전한 자율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독기능을 전제로 한
타율에서 자율로의 전환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몇몇 적대적 M&A(인수합병)의 사례는 적절한
감독의 부재로 인하여 시장자율의 기초가 미처 다져지기도 전에 그 토양이
황폐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기존 지배주주와 대립하여 의결권 대리행사나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 기업
지배권을 쟁탈하는 적대적 M&A는 비효율적인 경영자로부터의 경영권을 박탈
할수 있게 하고 대주주의 전횡으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투자수익에만 급급한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여러
가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M&A가 기업사냥꾼들의 재테크 수단이 되어 오히려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할수도 있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M&A시장의 자율성을 더 이상
유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투기적거래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국제금융시장을 상상할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는 증권거래법 제 200조
가 폐지되고 비록 현실적으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적대적 M&A가 예전보다는
용이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미처 4월이 되기도 전에 항간의 소문대로 검은 돈의 세탁수단으로서
적대적 M&A가, 실질적으로 공개매수를 거치지 않은 소위 작전세력의 불법적인
주식매집행위로 가능해진다면 이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존 대주주에게는 오히려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만 가중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장분산을 조장하게된다.

또 주식가격의 왜곡으로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켜 해당기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설사 적대적 M&A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론 기업경영
에는 관심이 없는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몫을 할애하고 나면 무엇으로 그 기업
이 더욱 효율적일수 있겠는가?

이러한 몇몇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M&A시장은 채정착도 되기 전에
그 심각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예전보다 후퇴하게나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관계당국은 국내 M&A시장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하여 적어도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되지는 않는지를 철저히 가려줌으로써 자율을 확고히 심어주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여러가지 가능한 공격과 방어의 수단을 고찰하여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정한 게임의 틀을 서둘러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