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PC메이커들이 제2 도약기를 맞고 있다.

도약의 발판은 "저재고-저가격"을 축으로 하는 2저 경영기법.

펜티엄급PC 수요부진과 급격한 부품가격 변동으로 위축되고 있는 세계
PC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저재고정책".

지난해 PC가격의 20%를 차지하는 메모리칩 값이 70~80%나 폭락하면서
재고가 많은 PC메이커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를 피해간 대표적인 업체는 델컴퓨터.

부품구입에서 제품출하까지 재고기간이 12일에 불과한데다 "부품가격인하
요인을 즉각 제품에 반영"(모튼 토퍼부회장)한 덕분에 지난해 4.4분기에는
순이익이 90%나 늘었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주문에 1대1로 대응하는 "맞춤PC" 생산업체.

따라서 부품조달은 최종 조립공정에 필요한 분량만 그때 그때 오더를 내는
형태로 이뤄진다.

쓰다남은 부품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모습은 구경할수 없다.

일종의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이다.

기업용 PC를 주문생산하는 유니시스도 마찬가지다.

PC공장에 반입된 부품들은 즉시 PC 한대분으로 나뉘어 쟁반에 담겨진다.

생산라인으로 옮겨진 부품은 그날 조립된다.

유니시스는 특히 부품가격 하락을 예측한 "선물수주제" 도입으로 대형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저가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연소득 3만달러이하인 미국가정의
PC보급률은 고작 10%정도.

게다가 기업들은 PC 1대당 연간 유지비가 1만2천달러에 달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오라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점에 착안, 기능이 단순한 대신 값싸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NC(네트워크컴퓨터)를 내놓았다.

개발초기 "5백달러짜리 PC"로 불렸던 NC는 이제 3백달러선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컴팩 휴렛팩커드등 대형 PC메이커들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등과 합세,
"네트PC"로 NC에 맞서고 있다.

중급 펜티엄을 탑재하고 네트워크기능에 초점을 맞춘 저가제품으로 기업용
수요를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벤처기업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지난 95년 창업한 모노레일은 두달여전부터 9백99달러짜리 PC로 대량
판매점을 파고들고 있다.

인텔의 펜티엄과 고속모뎀등을 갖춘 신형모델이면서도 가격은 일반 PC의
3분의 1 수준이다.

공장을 따로 두지 않고 판매점을 통해 수주생산,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직판체제를 고수한 것이 비법이다.

모노레일의 덕 존스CEO(최고경영자)는 컴팩컴퓨터 출신.

고가정책을 펴온 컴팩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격 노선으로
선회한 지난 92년 9백달러대의 제품개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존스씨는 올해 판매목표를 1백만대로 잡고 있다.

가격도 현재보다 2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재고탈피"와 "저가공세".

라이프사이클이 유난히 짧은 PC시장에서 성패를 판가름짓는 열쇠인 셈이다.

< 김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