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밤 8시 이화여대
법정관앞.

이제 막 수업을 마친 1백여명의 여대생들이 마치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고3수험생처럼 지친 발걸음으로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영어, 사무관리, 컴퓨터 프로그램 교본 등 취업 관련서적들로
꽉찬 가방을 둘러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이들을 밤늦게까지 잡아 놓고 있는 곳은 "이화인증원".

지난해 6월 이화여대가 재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만든 일종의
"방과후 취업과외반"이다.

경영사무 컴퓨터 영어 등 취업필수과목을 5개월~1년사이에 집중교육한다.

주대상은 취업 최전선에서 방황하는 4학년생들.

물론 무료는 아니다.

현재 수강생은 3개과정에 5백여명 정도로 과정당 40만~1백20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내게 된다.

1년과정의 컴퓨터교육이 가장 비싸다.

이렇게 비싼 수강료를 내고 교육받는 만큼 수료증도 받게된다.

출석률 80%이상,전과목 80점이상의 높은 벽을 통과한 학생에게는
"취업 보증수표"격인 "이화인증서"가 발급된다.

"여대생들 사이에서 "결혼은 선택, 취업은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욕구가 높은데 기업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이라고 아우성이더군요.

그래서 취업에 필요한 사무능력이나 어학능력을 가르치고 이를 제대로
이수한 학생에게는 인증서까지 내주는 취업준비 과정을 개설하게 된
것입니다" (김태련 이화인증원장)

교육 프로그램은 철저히 실무위주다.

5개월짜리 단기코스로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경영사무
과정의 경우 최신 OA (사무자동화) 프로그램은 물론 영어 서류작성
전화받기 기초회계이론 등 기업체 OJT (직무훈련) 과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직장내 에티켓 등 여성 고유의 영역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은 인문계나 사범계 등 기업체들로부터 비교적 홀대를
받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진학을 단념하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참에 인증원을 알게 됐고 지난 한학기동안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컴퓨터나 영어능력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미리 알았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것 같아요" (금융기관을 희망하는 기독교학과 4학년 강은진씨)

문을 연지 오래되지 않은 탓에 인증원을 거친 이대 졸업생은 경영사무
1기과정 이수자 67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중 고시나 유학준비중인 14명을 제외한 53명 전원이
대기업이나 은행 증권사 외국인 회사에 당당히 취업했다.

또 일부 기업에서는 인증원 이수자를 별도 주문하기도 한다고 인증원
관계자는 귀띔한다.

그래서 지방대나 기타 여대 등에서도 이 과정을 검토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