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지역난방이 국내에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됐다.

지난 96년 에너지관리공단과 지역난방공사는 서울 목동과 여의도
동부이촌동 반포 아파트단지에 뜨거운 물을 24시간 공급, 각 가정에서
실내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할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난방을 실시했다.

이후 지역난방은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에 이어 대구 수원
청주 김해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급등으로 어느때보다 난방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태곤 지역난방공사 사장(53)을 만나 지역난방의
효율성과 확대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 만난사람 = 차병석 <산업1부기자> ]

-지역난방이 본격 공급된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일반국민들에겐
"지역난방"이란 말 자체가 생소합니다.

지역난방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지요.

<> 김사장 =한마디로 열병합 발전소에서 생산된 뜨거운 물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나 일정 지역전체에 공급해 난방을 하는 방식입니다.

아파트 건물마다 별도의 보일러를 설치해야 하는 기존의 난방과는
차원이 다른 집단 난방방식이지요.

현재 분당이나 일산 등 신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종래의 난방형태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김사장 =우선 편리합니다.

연중 24시간 연속적으로 뜨거운 물과 난방열이 공급되기 때문에
가정마다 필요한 때 온도를 조절해 가며 난방을 할 수 있지요.

또 아파트 건물마다 보일러나 굴뚝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수 있습니다.

게다가 값도 쌉니다.

지역난방은 다른 난방방식에 비해 평균 25%이상 난방비가 저렴하다는게
이미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3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작년 10월부터 금년
9월까지 부과된 난방비를 비교분석한 결과 32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때 난방비는 중앙난방식이 43만6,000원, 개별난방은 46만5,000원이
들어가는 반면 지역난방을 하면 35만원밖에 안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별 가정의 입장에서 그렇게 경제적이라면 전체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도 상당히 효율적이겠군요.

<> 김사장 =물론입니다.

에너지 절약과 공해방지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보통 열병합발전소에선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만
생산하는 것 보다 40%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얘기죠.

또 아파트마다 보일러를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군데서 열생산시설을
집중 관리할수 있으므로 환경오염도 막을수 있습니다.

안전하기도 하고.

-지역난방 공급 현황과 앞으로 확대계획은 어떻습니까.

<> 김사장 =지난 86년부터 서울 여의도 동부이촌동 반포등지의
4만여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한 이후 지금은 서울 강남 송파지구와
분당 일산등 수도권 신도시의 총 48만 가구에 열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94년 열공급시설 공사를 착공한 대구 수원지구는 내년부터
열공급이 시작되고 청주 김해 안산지구도 지역난방 공급을 위한
시설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사나 설계가 진행중인 지역에 사업이 완료되면 총 80만 가구가
지역난방 혜택을 받게 됩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밖에도 지방의 신규 택지개발지구나 수도권지구에
추가로 지역난방을 실시해 2001년까지는 약 120만가구,500만 주민들에게
열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지역난방 보급 정도는 어느 수준인가요.

<> 김사장 =북유럽의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현재 한국의 지역난방 보급률은 5.6%에 불과한데 덴마크는 50%에
달합니다.

핀란드도 44%나 되고 폴란드 스웨덴도 모두 30%가 넘습니다.

물론 이들 나라는 지역난방을 20여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했으니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요.

-지역난방 사업을 확대하는 데 제일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 김사장 =역시 님비(NIMBY)현상이지요.

지역난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주민들이 이를 선호하긴 하지만
자기 지역에 열병합발전소가 건설되는 건 꺼리고 있습니다.

설령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받아들인다 해도 사용연료만큼은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집하는 게 문제지요.

보다 싼 저유황 벙커C유를 사용해도 배연탈황설비등 공해방지 장치를
확실히 갖추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주민들이 그걸 못미더워
합니다.

주민 요구대로 비싼 LNG를 연료로 사용하면 경제성이 떨어져 지역난방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 연료를 쓰고 있나요.

<> 김사장 =우리나라처럼 LNG를 많이 쓰는 나라는 없어요.

덴마크는 지역난방연료중 63%를 석탄을 사용하고 가스는 12%정도만
쓰고 있습니다.

다른 북유럽 나라들도 대동소이해요.

한국만이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LNG를 83%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쓸데없는 자원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열병합발전소를 지역주민들이 탐탁해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텐데요.

<> 김사장 =역시 이해부족이 가장 커다란 이유입니다.

-무슨 대책은 있습니까.

<> 김사장 =매스컴을 통한 지역난방사업의 홍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사업추진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선 지자체 공무원 주민 환경단체
등을 대상으로 지역난방시설을 견학시켜 열병합발전소가 공해시설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도 지역난방사업이 경제성을 갖도록 설비를
자동화하고 부지가격을 낮추는 방안등도 적극 추진중입니다.

이밖에 경기도 안산시 고잔택지개발지구의 경우처럼 지자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역난방사업을 벌이는 제3섹터 방식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고요.

-분당이나 평촌 같은 신도시의 업무용 빌딩에선 여름철에 지역난방용
온수로 냉방도 하고 있다면서요.

<> 김사장 =그렇습니다.

건물 지하에 흡수식 냉동기만 설치하면 섭씨 95도의 지역난방 온수를
통해 냉방을 할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빌딩 냉방에 주로 전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전력수급위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지역냉방이 좀더 보급되면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는 일부 신도시에서 94개 빌딩에 냉방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도권 신도시 중심상가의 총 800여개 빌딩에 이를 확대 공급할
계획입니다.

-아파트엔 지역냉방이 안됩니까.

<> 김사장 =기존 아파트 건물엔 냉방 송풍통로가 없어 지역냉방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앞으론 정부와 협의해 아파트 분양가에 냉방시설비를 포함시키도록
함으로써 아파트에도 지역냉방이 보급될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지역난방공사는 국내뿐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역난방 사업을 벌이고
있는다면서요.

<> 김사장 =중국을 중심으로 차츰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2년전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주한 중국 산동성 청도시 지역난방기술
훈련용역을 수주함으로써 한국의 지역난방기술을 중국에 소개한 이후
꾸준히 중국 진출을 추진했었지요.

그 결과 오는16일 중국 진황도시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측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해외진출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지요.

-다른 분야로의 사업다각화엔 관심이 없습니까.

<> 김사장 =관심이야 많지요.

하지만 장사가 된다고 공기업이 아무 사업에나 뛰어들 수 있겠습니까.

한다면 관련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겠지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예컨대 지역냉방을 위한 흡수식 냉동기 설비사업이나
아파트와 관련된 배관 보일러 관리등 시설보수 사업등을 생각할수 있을
겁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