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으로 변신한 경찰간부"

일본의 퇴역 경찰관료들이 위기관리 노하우와 정보수집력이라는 무기를
허리에 꿰차고 증권가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게 내려진 특명은 증권회사 내부에 만연한 부정스캔들과 증권맨을
노린 테러를 소탕, 증권계를 평정하는 것.

노무라증권은 이달초 사이타마현 경찰본부장 출신인 한다 요시히로씨를
영입했다.

닛코증권의 경우 테라오 시게루(73)씨등 경찰청 경찰국장출신 비상임
고문이 두명이나 있다.

닛코증권이 테라오씨를 영입한 것은 일련의 증권부정사태와 기업간부를
노린 테러가 발생, 사회적 이슈가 됐던 지난 92년.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방범체제 강화등 위기관리체제를 본격적
으로 구축하자"는 이유에서다.

증권투자에는 가격변동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므로 투자가와 증권회사간
에는 트러블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거액의 자금이 왔다갔다 하니까 주식을 신탁.운용하는 증권회사 직원에
대한 테러나 범죄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일본 증권회사들은 각계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몰아친 증권회사내부
부정스캔들이후 내부규율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따라서 전직 경찰관료에 대한 기대에는 리스크관리측면뿐 아니라 내부관리
에 대한 조언을 얻을수 있다는 면도 포함돼 있다.

야마이치증권은 경찰대학장 출신인 나가노 기미요시씨를 영입한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사원의 리스크의식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부 부정행위를 밝혀내 회사의 수익을 높여 주는 것은 물론 상담역까지
맡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이와증권 계열연구소인 다이와총연이 경시총감(서울시경청장에 해당)
출신인 요시노 준씨를 스카웃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다이와총연의 사내의 위기관리메뉴얼 작성을 주관했으며 지난해
1월의 한신대지진 직후 지진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저서를 출간하는등
위기관리론자로도 알려져 있다.

전직 경찰관료들이 위기관리 노하우와 정보수집력외에 동원하는 또다른
무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축척한 독자적인 정보네트워크다.

닛코증권이 지난해 영입한 오히사 아키오미(64)씨의 경우 경찰청 경찰국장
출신이라는 점 이외에도 내각총리 대신의 비서관이었다는 경력이 이점으로
작용했다.

"정.관.재에 폭넓은 인맥을 거느리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고 닛코증권은
설명한다.

또 최근 노무라증권과 인연을 맺은 한다씨는 전내각 관방장관의 공보관을
역임했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조직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활동해온
사람의 식견을 경영에 반영하자"는게 한다씨를 채용한 노무라증권의 목적
이다.

이처럼 일본 증권계에 불어닥친 경찰관료출신 영입붐에 따라 거물급 퇴역
경관의 주가는 갈수록 치솟을 전망이다.

<김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