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여행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타 보았을 취리히의 시가전차
트램(Tram)이 유럽내 가장 효율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때 서울 거리를 누비기도 했던 이 고풍스런 전차가 가장 현대적인 도시
취리히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의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전차는 철저한 서비스와 저렴한 비용덕분에 현지인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끊임없는 애정의 대상이다.

트램은 공해 배기가스가 전혀 없어 환경친화적일 뿐만아니라 도로이용효율
극대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체로 선진국에서는 대중교통수단보다는 자가용 의존도가 훨씬 높다.

그러나 70년대말부터 취리히는 오히려 그 반대현상을 보여 왔다.

취리히의 대중교통 이용자수는 과거 10년전 연간 2억1천만명에서 90년대초
3억1천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취리히에 지하철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42%에 달하는 대중교통수단이용율은
규모가 비슷한 유럽 어떤 도시보다도 높은 수치다.

더구나 자동차 보유율이 인구 1천명당 3백91대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트램이 각광을 받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저렴한 비용.

종일티켓이 7.2스위스프랑(5.9달러)이면 족하다.

한달 정기권은 약 70스위스프랑.

쥐리히의 높은 물가에 비하면 매우 싼 편이다.

또한 컴퓨터시스템으로 통제돼 1분도 어기지않는 정시운행도 트램의
대중적 인기에 한몫했다.

취리히시 당국의 정책적 배려도 빼 놓을 수 없다.

시는 도로정비와 교통정책수립에 있어 트램을 자가용승용차보다 우선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

결국 취리히에서는 자가용승용차는 찬밥신세.

그래서 취리히를 찾는 관광객들은 비싼 택시대신에 옛정취를 듬뿍 담고
달리는 트램을 이용하도록 충고받는다.

돈도 절약하고 낭만도 즐겨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배기가스등 심각한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부분 도시는 알프스의 빼어난 설경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움직이는 취리히
의 트램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