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헬름즈/버튼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서방국가들간의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11일 쿠바와의 무역거래를 금지하는 이 법에 의거, 쿠바와
사업을 벌여온 캐나다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미국무부는 캐나다탄광회사 쉐릿인터내셔널이 쿠바기업들과 사업을 벌인
댓가로 이 회사의 대주주이자 영국인 실업가 2명과 그 가족들에게 미국입국
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유럽연합(EU)과 캐나다등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이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대미공동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위협했다.

EU는 이 법이 "국제적인 악법"이라고 몰아부치면서 클린턴미대통령에게
이 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EU집행위원회는 오는 15일의 EU외무장관회담에서 대미보복조치를 논의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일전불사의지를 다졌다.

미국의 최우방국인 영국도 대미비난대열에 앞장서고 있어 클린턴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영국외무부는 이날 즉각 항의성명을 발표, "이들 영국시민의 대쿠바사업은
영국과 캐나다, 심지어 쿠바정부의 시각에서 볼때 전적으로 합법적"이라며
미국의 입국금지조치를 통박했다.

이어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미국을 준엄한 국제심판대에
올려 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도 각각 정부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를 내정간섭
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유럽대륙이 대미비난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을 맺어 미국과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된 캐나다와 멕시코도 대미
비난전에 가세, 클린턴행정부를 더욱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반발이 가장 커 미국의 제재조치가 알려진 날 캐나다국회의
사당은 대미성토장으로 변했다.

캐나다의원들은 "말도 안되는 웃기는 법"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
하면서 헬름즈/버튼법을 악법으로 몰아부쳤다.

일부 의원들은 캐나다인들의 대미관광을 보이콧하는 범시민운동을 전개
하겠다고까지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미비난여론이 들끓자 클린턴행정부는 해결책을 강구
하곤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진퇴양난의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내용중 문제가 되고 있는 제4조(쿠바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폐지하고 싶은게 클린턴대통령의 속마음이나 국내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등 우방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 조항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게 상책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에서 쿠바미국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선 이 법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클린턴대통령은 이 법의 발효를 한시적으로
몇개월간 중지하는 중간타협점을 택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에대해 유럽과 캐나다는 한시적인 법정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이
법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클린턴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클린턴은 국내법상 16일까지 의회에 이 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돼
있다.

이때문에 이날까지 클린턴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국과
서방국들간의 대결구도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수도 있고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