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남자와 뚱뚱보 여자를 겨냥한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한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으나 다이어트
상품시장은 매년 50% 가까운 급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대머리관련제품들도 과거에는 기껏해야 발모제정도였으나 최근들어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석빗이 등장했는가 하면 해조류인 다시마에끼스로 만든
신제품도 나왔다.
이 대머리관련제품들도 신제품치고는 개발업체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 제품이 아주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고 설명한다.
머리빗 하나에 45만원, 다이어트기간중 기초영양을 보충해 주는 분말
가루들이 보통 20만~30만원대를 호가한다.
그래도 효능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말그대로 없어 못팔 정도다.
건강식품업체는 물론 유명 제약업체들이 국내 최고 미녀 탤런트들을
경쟁적으로 동원, 자사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강남전철역 부근에 위치한 한 다이어트상담센터에는 매일 30~40여명의
고객이 몰려와 상담받는데만도 보통 1주일씩 기다려야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다이어트식품 시장규모가 지난해의 1,500억원에서 올해에는
44% 늘어난 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사대용 저칼로리 분말제품 시장규모는 지난해의 400억원선에서
100% 늘어난 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머리제품도 마찬가지이다.
한 자석빗 제조업체는 40만원이 넘는 빗이 한달에만 700~800개 팔려
나간다고 밝혔다.
이회사는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올해안에 월 1,000개 판매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아니라 다시마에끼스를 주원료로한 발모촉진제가 신개발품으로 최근
등장, 대머리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다시마에끼스 90포(한달 복용치)가 24만원으로 싸지 않은
가격이다.
대머리관련제품들은 제품구입자들이 직접 가게에서 구입하기를 꺼려
대부분이 통신판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자기 신체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이른바 나르시시즘제품이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이미 거쳤거나 거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한꺼번에 유사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소비자들도 한꺼번에 쏠리는 풍조를 보이고 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고 대머리로 나이가 실제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마이너스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민감
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머리.다이어트용품호황을 일종의 유행심리로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의대 정신과 고경봉교수는 "다이어트제품이나 탈모제가 최근들어
갑자기 유행하는 것은 비만이나 대머리가 특별히 심각한 문제로 새로 대두
됐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크고 많은
전쟁과 격변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휩쓸려야
살수 있다"는 "따라하기" 심리가 매우 강하다"고 지적했다.
경희대의대 송지영교수도 "최근 다이어트와 발모제품의 유행은 자기중심
없이 다른 사람들 인식속에서 자기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경향의 하나로
업체나 대중매체의 상업주의가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교수는 "지나치게 주위의 관심에 신경을 쓰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치료제품에 매달리게돼 경제적 신체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충고한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