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의 식량부족 사태를 지원하는 세계적 노력에 합류하긴
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랫동안 북한의 비밀 "돈줄"역할을 했던
일본내자금원이 정작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고갈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3,000만명이 즐기고 있는 빠찡꼬 시장은 일본의
주요기업들이 한인과 같은 소수민족과 갱단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할 정도로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일본 빠찡꼬 시장에 대한 시각은 미 "상공회의소 저널"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미국 기업의 빠찡꼬 산업 진출을 위해 수익
가능성 검토 결과를 발표할 정도였다.

지난달 발간된 이 잡지는 "30조엔(2,750억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빠찡꼬 시장이 너무 거대해져 외국인과 범법자들이 전부를 약탈해가도
통제할 수 없을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빠찡꼬 장비를 제조해 왔던 일본의
유력한 전자회사들이 직접 점포 운영에 뛰어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류는 북한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소식통들은 최근까지 1만9,000개에 달하는 일본내 빠찡꼬 업장의
3분의 1이 북한을 지지하는 재일 한국계에 의해 운영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지지자들은 재일 한국인 66만여명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통계청은 이들의 빠찡꼬 수익중 약 600억엔(5억5,000만달러)이
매년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내 총 빠찡꼬 수익이 18억~2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액수는
엄청난 수준이다.

또 북한으로 볼 때 600억엔 규모는 아마도 최대의 단일 외화획득원이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어떤 타격을 입는다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더 엄청나다고할 수 있다.

소식통들은 재일 한인들로부터 북한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방법에 대해
양자교역방식과 돈을 들고 직접 북한으로 가는 경우 등이 있다고 말한다.

북한을 여행하는 사람은 어림잡아 매년 5,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일본 경제학자들은 빠찡꼬 업계에 대한 시장 규모가
과장됐다고 보고 있으며, 국내언론도 최근 시장규모가 100억엔
(9억1,700만달러)대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빠찡꼬 시장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재작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으로의 현금 유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이견을 표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본의 빠찡꼬 업계는 지난 11년동안 계속해서
탈세부문 1위를기록해왔다.

< 도쿄=이봉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