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를 노리는 닌텐도의 반격은 과연 성공할수 있을 것인가.

닌텐도의 64비트게임기 "닌텐도64"출하를 계기로 가정용게임기시장이
점입가경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닌텐도의 실지회복선언에 대해 세가와 소니등 후발업체들도 가격인하등
총력대응체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부터 발매에 나선 "닌텐도64"는 이미 30만대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두달여전인 4월중순부터 받아놓았던 예약물량이 한꺼번에 인도된
때문이다.

닌텐도측은 초반의 판매여세를 몰아 확실한 수위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욕에 넘쳐있다.

일본의 가정용게임기시장은 현재 완전한 3파전양상이 구축돼 있다.

일본경제신문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닌텐도는 판매물량면에서
32.9%를 차지해 가까스로 선두를 지켰지만 세가 엔터프라이즈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가 29.9%및 29.2%의 점유율로 닌텐도와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닌텐도는 전년에 비해 점유율이 22.5%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소니와
세가는 14.1%포인트및 10.8%포인트씩 급격히 뛰어올랐다.

특히 매출액면에서 닌텐도는 지난3월말로 끝난 95회계연도 결산에서
라이벌 세가에 뒤지는 치욕적인 수모를 당했다.

세가는 지난해 3,461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대비 3.9%가 늘어난
반면 닌텐도는 14.3%가 줄면서 3,004억엔에 머물렀다.

세가가 내놓은 세가새턴 및 SCE의 "플레이스테이션"등 32비트게임기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 16비트게임기인 닌텐도의 "슈퍼패미콤"을
누르고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이야기다.

세가와 SCE가 시장분할에 성공한 것은 32비트게임기가 16비트에 비해
훨씬 박진감있는 화면을 제공하는데다 소프트웨어(SW)도 다양하게
구비했다는 점에 있다.

세가와 SCE는 인기높은 SW를 본체와 동시에 판매, 게임팬들의 인기를
끌어모았다.

닌텐도의 입장에서는 64비트게임기의 출하가 늦어진 점이 치명타가
됐다.

닌텐도는 후발업체들이 16비트게임기보다 한세대앞선 32비트게임기를
개발해 추격하자 아예 한세대를 건너뛰어 64비트게임기개발로 치달았다.

후발업체들이 따라올 수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말로 예정했던 "닌텐도64"개발이 중앙연산장치(MPU)
공급부족 및 SW개발부진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닌텐도는 올해중 350만대이상을 팔아 독보적 1위자리를 되찾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닌텐도64"의 판매가격을 처음 출하된 64비트게임기로서는 대단히
저렴한 2만5,000엔으로 책정한데 이어 SW면에서도 인기시리즈인
"슈퍼마리오"64비트용을 비롯 21종류를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획달성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경쟁업체들의 가격인하공세가 대단하다.

세가새턴은 최근 모델을 간소화해 3만4,800엔이던 희망소매가격을
2만엔으로 인하했고 플레이스테이션도 닌텐도64시판직전인 지난 22일
판매가격을 2만4,800엔에서 1만9,800엔으로 끌어내렸다.

"닌텐도64"가 자리를 잡을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게임기판매의 최대변수인 SW가 부실한 약점도 있다.

업계에서는 "닌텐도64"의 SW중 "슈퍼마리오64"이외에는 64비트게임기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유력한 SW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SW업체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게된 점도 닌텐도로서는 부담이다.

닌텐도는 종전 SW개발에 따른 비용부담이나 실패했을 때의 책임을
SW업체에 미뤄왔지만 3파전양상이 정착되면서 이때 잃었던 "인심"이
부정적형태로 되돌아오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연간 게임기시장은 600만대정도지만 세가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도
올해중 300만대이상을 판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메이커간 점유율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업계에서는 게임기1대를
팔때마다 수천엔씩 밑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3사중 적어도 어느 한곳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