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은 지난 94년부터 제일은행은 물론 서울은행에서도 효산그룹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신경 은감원부원장보는 2일 "지난 94년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
정기검사를 벌인 결과 이들 은행이 효산그룹에 대해 여신금지업종등에
대출해주고 담보가 지나치게 부족한데도 대출을 취급한 것이 확인돼 이를
개선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강부원장보는 이어 "두 은행에 대해 지난해 6월 다시 검사를 실시해본 결과
서울은행은 효산그룹에 대한 여신을 축소하는등 은감원의 지시를 이행했으나
제일은행은 오히려 대출규모를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해 은감원이 지난
94년부터 효산그룹에 대한 부당여신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은감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제일은행에 대해서는 이철수행장명의로 "주의적
기관경고조치"를 내렸고 서울은행의 손홍균행장에 대해서도 여신의 불건전성
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의촉구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김용진 은감원장은 작년 4월 효산그룹에 대한 불법대출과 관련,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였다가 중단하고 6월에 실시한
정기검사로 전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검이 아니라 자료수집 차원
이었다"며 "자리를 걸고 효상그룹과 관련된 처리문제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은감원의 처리과정에 몇가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문점1 =작년4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가
돌연 철수했으면서도 왜 특검사실을 부인하고 있나.

은감원은 작년 4월10일부터 특별검사 전담부서인 검사6국 직원들을
두 은행에 파견, 효산그룹에 대한 부당대출에 관해 검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은감원은 당시는 물론 이날 오전까지도 이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원장이 이날 오후 "자료수집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는게 금융계의 반응이다.

<>의문점2 =이철수행장은 물론 제일.서울은행임직원들의 대출비리사실을
은감원은 과연 전혀 몰랐을까.

강부원장보는 "지난 94년과 95년 두 은행에 정기검사를 벌인 결과
위규대출이 있었다는 점은 밝혀냈으나 커미션수수등 대출비리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출이 이뤄졌음을 파악하고도
그 "배경"에 대해 은감원이 "감"을 잡지 못했을리 없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의문점3 =은감원은 부당대출이 이뤄졌음을 알고도 두 은행에 대해
왜 가벼운 조치만 내렸을까.

제일은행에 취해진 "주의적 기관경고"는 문책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행장개인이나 관련 임원에 대한 개인문책은 하지 않았다.

은감원은 이에 대해 두 은행에 대한 문책은 은감원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전혀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문책결과가 다른 사항과 비교해볼때 형평이 맞지
않으며 이 사실조차 은감원에서 쉬쉬했다는 점을 들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에서도 바로 이점에 대한 수사력을 모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