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홍창선(52)항공우주공학과교수가 국내 항공우주
산업발전의 기수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지난2월 한국항공우주학회회장을 맡은 것.

최근 한중 중형항공기 프로젝트등 국책사업들이 지지부진한데다 과당경쟁
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업계의 "딱한" 실정이 그를 움직였다.

"어느 나라든 항공우주산업만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강력하게 추진해
왔는데도 우리는 그런 전례를 잘 따르지 않아 민간 업계가 지금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는게 그의 현상진단.

그는 미국 펜실바니아 주립대에서 응용역학 공학박사학위를 취득, 미항공
우주국(NASA)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던 한국 항공학계의 대표주자다.

항공우주학회장을 맡고부터는 교수로 있는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을 오가며 정부및 업계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AIST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국내 항공업계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홍회장=한마디로 항공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항공우주산업만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범정부 차원의 별도 심의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대통령 직속의 항공우주기획단 같은 기구 말이에요.

개별 부처의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인게 항공우주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단독 플레이로 현재 중단된 중형기 협상을 봐도 이런 필요성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최종조립장에 관한 한국의 제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꼭대기"가 없으니 안되는 겁니다.

-범정부적인 추진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작은 정부"나 업계자율화추세에
역행하는 것이 아닙니까.

<>홍회장=그렇지 않습니다.

드골정부가 항공과 원자로 산업을 강력히 밀어붙여 오늘날 프랑스가 이
분야 최고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입니다.

대만과 인도네시아같은 개도국도 한국보단 늦었지만 항공우주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 이제는 항공 선진국이 되었지요.

이 분야에 강력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첫째 이유는 투자규모가 워낙
엄청나다는데 있습니다.

둘째는 방위산업이라는 점이지요.

정부 스스로가 거대 수요자이므로 그 책임감과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전투기사업(KFP)등
군용기사업은 성공적인 편이 아닙니까.

<>홍회장=물론 KFP는 잘 나가고 있어요.

한국산 F-16기는 세계 최고수준의 신예기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최신형 항공전자기기와 조립장인 삼성항공 사천공장의 높은 기술력 덕택
이지요.

그러나 F-16기의 후속 사업이 미정 상태라 여간 문제가 아닙니다.

한가지 대안인 고등훈련기(KTX-2)사업마저 예산문제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요.

국방부와 통상산업부가 예산을 확보치 못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F-16 생산이 끝나는 99년부터 10억달러이상 투자한 막대한 설비와
인력이 죄다 놀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리 일감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가스등 불이 다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지금 당장을 즐기고 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둘러 F-16의 후속 차세대 기종을 정하고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을 제대로
발진케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금으로써는 국내항공우주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홍회장=아주 밝다고 봅니다.

항공우주산업은 전자 소재 기계등 관련 분야가 총동원되는 지식.노동집약
산업이라 재주많고 명석한 한국인에게 적합합니다.

또 탈냉전후 군축으로 미국내 우수한 한국계 연구인력이 속속 귀국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게다가 통일을 앞두고 군사전력의 강화가 강조되고 있어 항공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항공 우주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대접하고 집중 투자하기에
더없이 좋은 적기입니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지요.

< 대담 = 심상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