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서향화가 황주리씨 (39)가 평면과
옛물건을 이용한 설치작품을 함께 발표하는 이색전시회를 마련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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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5~2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 (738-7570)에서 여는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낡은시계, 전화기와 숟가락 가위 의자 등 생활용품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사람사는 이야기"그림을 그려넣어 벽면과 바닥에
자유롭게 배치한 오브제연작 "추억의 고고학"과 평면 "맨하탄블루스" 등.
캔버스작품에 한정되지 않고 입체와 설치 등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하려는
야심찬 의도와 숨겨져 있던 새로운 역량을 보여주는 셈이다.
모종삽 접시 탁자 낫과 도끼 등 "추억의 고고학"의 화면으로 사용한
물건들은 모두 세계 각국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들.
여기에 유리컵에 갖힌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민하는 사람, 에로틱한
포즈로 누워있는 여인 등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넣어 과거와 현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누군가 늘 옆에 두고 사용했을 낡은 생활용품들에 자신 혹은 동시대
사람들의 일기를 숫자와 기호, 갖가지 형상으로 그려넣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옛사람과 마주 앉아 얘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국내 발표는 처음이지만 구상한 지는 오래 됐습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그림에 영감을 준달까, 뭔가 느낌이 색다른
생활용품들을 수집했는데 어느날 그중 망치에 눈을 그려 넣었더니 갑자기
망치가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뉴욕전때 한두가지 내놨는데 반응이 좋아 용기를 냈지요"
"맨하탄블루스"는 언제나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뉴욕살이를
화면위에 옮겨놓은 작품.
작품가운데 놓인 시계들은 실제로 작동되는 것들이다.
움직이는 시계바늘은 바로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식물학" "그대안의 풍경" "폭풍주의보" "두사람" 등 평면도
함께 내놓는다.
전시장의 1층에는 설치, 2층에는 흑백, 3층에는 컬러그림을 발표할
예정.
황씨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를 거쳐 미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86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
84년 FIAC, 87년 LA아트페어 등 각종 국제미술전에 참가했고 그동안
미국 일본 등 국내외에서 2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오브아메리카"에 전시리뷰가 게재되는 등 국제화단에서 21세기의
대표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글솜씨도 뛰어나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등의 에세이집도 출간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