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요곡물시세가 올들어 폭등세를 보인데 이어 내년에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국제곡물거래소(CBOT)에서 소맥가격은 지난해 12월29일 부셸당
3.9775달러에서 지난 22일 5.0101달러를 기록, 전년종가기준 26.2% 올랐다.

옥수수가격은 전년 종가인 부셸당 2.295달러에서 이날 3.5825달러로 56.3%
나 등귀했고 대두가도 5.6375달러에서 7.2975달러로 29.5% 올랐다.

이들 3가지 주요곡물가격은 올들어 평균 37.3%나 인상된 것이다.

이같은 강세는 국제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반해 곡물주요수출국의
생산량 감소, 이에 따른 재고량의 감소로 인한 소극적인 수출세가 주요
원인이었다.

주요 곡물생산국인 중국이 지난 여름 대홍수를 겪었고 미국도 연초 냉해에
이어 곡물성장기에 이상 고온에 시달리는등 기상악화에 따른 생산량감소
올해 곡물가격상승에 한 몫을 했다.

미국의 경우 소맥생산량이 전년대비 370만t 감소했고 이에 따른 재고도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생산국이자 동시에 주요수입국이던 구소련도 혼란스런 정치 경제적인
요인들로 소맥생산이 감소, 전년대비 3.7%나 하락한 5천9백50만t에
머물렀다.

러시아는 그러나 국제곡물시장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대신 이 자리를 경제성장으로 식량과 사료 수요량이 급증한 중국이 메웠다.

지난해까지 곡물수출국이던 중국이 곡물시장에서 주요 구매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호주의 한발로 인한 소맥가격 급등세는 연초에만
잠시 진정되는 듯 했다가 줄곧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걸어왔다.

옥수수의 경우 주요생산국인 미국에서 성장기 이상고온과 함께 수확기에
서리피해가 겹치면서 올해 생산량이 전년대비 25% 줄었다.

옥수수기말재고량도 20년래 최저수준인 재고율 8%에 머물렀다.

더욱이 지난해 1천만t 이상 옥수수를 수출한 중국은 올들어 수출을 거의
중단, 옥수수가격의 초강세를 불러왔다.

대두는 지난 9월경 서리해를 입었고 중국의 습한 날씨로 작황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들어 대두주요생산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을 가뭄과
고온이 강타한 것이 대두가 인상을 더욱 부추겼다.

가뭄피해는 최근 미 중부평원지대에도 닥쳐 대두 뿐 아니라 소맥과 옥수수
의 내년도 작황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가속된 세계곡물수요 증대현상은 대부분의 곡물재고량을
최근 2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려 내년도 곡물시세에 한층 어두운 전망
을 낳고 있다.

국제곡물시장의 한 거래인은 "총선을 끝낸 러시아가 곡물시장에 본격
개입하고 중동및 아시아국가들도 구매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으로 국제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러시아나 중국의 본격시장개입은 단순히 소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상황으로 벌어질 것이라는데 각국 전문가들은 견해를 일치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곡물가격이 단순히 기상악화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구증가와 파종면적감소 등 세계적인 "구조적 요인"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
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경작면적은 경작지의 1%선인 약 1천2백만헥타가 감소
했고 인구는 7.9%정도 증가한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밝혔다.

여기에 북미지역에 이어 제2위의 소맥생산지역인 유럽연합(EU)이 내년에
역외수출물량에 t달 25ECU(유럽통화단위 미화 약30달러정도)를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소맥가격의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이미 올해 7년6개월, 2년6개월래 최고시세에 있는 대두와 옥수수도 남미의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 내년에 최악의 수급파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