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법소원사건애 관련자들에 대한 헌재 결정 선고가 사실상
무산됨에따라 5.18 특별법제정과 관련자 처벌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는 위헌심판청구인들의 소취하로 특별법제정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여겨져왔던 "내란죄 공소시효 만료"라는 걸림돌이 일단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항쟁동지회, 광주항쟁진상규명범국민회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등 3개 단체가 소를 취하한 이유도 바로 이같은 이유이다.

고소.고발인들의 공동대리인 중 한사람인 박주현변호사는 29일
소취하서를 제출하면서 "정부가 현재 "내란죄도 대통령 재임기간중에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요지의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소를 취하하게 되면 특별법 제정이 용이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5.18관련자에 대한 내란죄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
하다"는 의미의 헌재 결정이 나온 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전두환.
노태우씨외에는 사법처리가 불가능한 만큼 관련자 전원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정부의특별법쪽에 힘을 실어주자는 계산이다.

이렇게 보면 검찰의 재수사를 비롯 5.18관련자 처벌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특별법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특별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며 그에 따라
검찰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또 특별법은 위헌시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등으로 귀착되고 있다.

우선 특별법은 전.노씨외에도 5.18관련자 전원을 처벌하기 위한
근거조항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특별법이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크게 두가지를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구서독형법의 경우처럼 "반인륜 또는 헌정파괴 범죄는 공소시효가
영원히 정지된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소급입법이라는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공소시효
기산점을 처벌이 가능하도록 늘려 잡아 특별법에 명문화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찰이 정해놓은 최규하 전대통령의 하야일인 80년 8월16일은
"공소시효 만료"라는 벽에 부딪치는 만큼 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 1월24일
이나 전씨가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2차로 대통령에 취임한 81년 3월3일중
하나를 기산점으로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특별법을 통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것인가, 핵심관련자들의
처벌범위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관심거리이다.

검찰은 "현행법은 검찰에 의한 기소독점주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제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 어떤
타협이 나올지는 예측불허의 상태이다.

특별법 제정과 관련, 검찰의 재수사 방향도 주목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헌재결정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앞으로
국민적 합의에 따라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별법이 제시하는 범위내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그러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과거 무혐의 처리됐던 사건도 재수사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특별법 제정 이전에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검찰이 미리 수사에 나서면 국회의 특검제 도입을 저지할 수
있다는 효과때문에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헌재의 결정이 현상태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특별법이 위헌시비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별법이 어떤 대안을 내놓던지 간에 공소시효등과 관련해 위헌시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노씨 등의 법적대응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노씨가 특별법의 공소시효를 겨냥해 위헌제청이나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경우 사태는 "원점회귀"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