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접한 여야정치권은 "조환조사는 꼭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로인해 경제
활동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여야 각당의 당직자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않기
위해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정치권은 노전대통령이 1일 검찰에 출두해 상당수의 기업들을 거명하겠지만
관례에 따라 마지못해 "성금"을 냈다고 진술할 것이 확실해 예상과는 달리
기업인의 소환은 소수에 그칠 가능성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6공시절의 각종 비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이 상당부분 내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된 몇몇 기업인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는 선으로 기업인에 대한 조사는 매듭지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여권의 핵심사정관계자는 31일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결과 비자금
이 인사치례였는지 또는 뇌물이었는지에 대한 성격규명이 된 뒤라야 소환
여부가 결정될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돈을 받은 노전대통령이나 기업인들이 뇌물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경우 관련 기업인을 사실상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성격으로 기업의 돈이 정치권에 유입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기존 정치권에서 각종 선거시 이를 받지 않은 인사도 거의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경우도 엄밀하게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나 대부분이 시효
(3년)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하겠다.
민자당의 경우 이권을 챙기기위한 일부 비난받을 만한 기업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인에 대한 조사나 사법처리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각종 회의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이같은 입장을 당이 정부측에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으나 당은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민주계의 실세인 김덕룡의원은 "솔직히
정치자금조성은 관례였고 돈을 준 기업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권력의 부도덕성이다"며 세무조사나 형사처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김의원은 지금도 당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출신의 이재명의원은 이날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이 청와대에 정치
자금을 냈다고 밝힌 것처럼 기업들이 편하게 살기위해 한일 아니냐"며 "당시
상황논리에 따른 것인데 이제와서 단죄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찬두의원(두원그룹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딴죽을 걸 필요가 있느냐"며 "긍정적으로 처리해
기업을 살려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등은 당내의견이 분분하다.
이번기회에 정경유착을 뿌리뽑기 위해 혐의가 있는 기업인은 모두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측과 기업활동에 차질이 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양립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당직자들은 섣부른 언급이 쓸데없는 "혹"이나 붙이지 않을까
염려스러운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