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제왕의 부활"

요즘 미월가는 한때 정크본드(신용도는 낮지만 대신 수익률이 매우 높은
사채)업계를 주름잡다가 무대뒤로 사라졌던 마이클 밀켄의 부활얘기로
떠들썩하다.

지난 90년 감옥행과 함께 월가를 떠났던 밀켄은 최근 두건의 큼직한 기업
M&A(매수합병)를 성사시키면서 월가복귀에 성공, 세인들의 입담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미신문과 방송들도 "5년만의 화려한 컴백"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된 계기는 최근 타임워너사와 TBS의 합병을
막후조종,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었다.

합병규모가 75억달러에 이르는 이 두 거대 미디어기업의 결합을 성사시킨
댓가로 밀켄이 챙긴 수수료는 자그마치 5천만달러.

이 돈은 타임워너-TBS합병을 진두지휘한 주간사업체 모건스탠리은행이 받은
수수료의 5배로 그의 옛명성과 능력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밀켄은 이번 합병과정에서 테드 터너TBS회장에게 조언과 자문을 제공,
양사의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밀켄은 장거리전화업체인 MCI가 세계적인 미디어기업 뉴스코프
(루퍼트 머독 소유)에 지분을 출자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중개, 월가재입성의
길을 텄다.

이 일로 손에 넣은 수수료도 거의 1천만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황금손이라는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월가의 신화적인 인물
이었지만 지난 5년은 그에게 인생실패자의 낙인이 찍혔던 시기였다.

그는 지금은 파산해서 사라져버린 드렉셀번햄램버트증권의 고위간부로
지난 80년대후반 미정크본드업계를 주무르다 5년전 내부자거래등 증권법
위반죄로 2년형에 11억달러의 벌금형을 언도받고 감옥생활을 치뤘다.

그후 최근까지 월가의 무대뒤에서 은인자중하다가 이번에 무대전면으로
등장, 잊혀져 가던 그의 이름을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