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연기를 자랑하는 외국 여배우들이 초가을 극장가를 달아오르게
하고있다.

메릴 스트립, 샌드라 블록, 미쉘 파이퍼, 나타샤 헨스트리지.

이달말부터 10월초 사이에 개봉되는 영화의 "빛나는 주연"들이다.

이들은 얼굴로 한몫보는 반짝배우들과 달리 연기력이나 영화적
감수성이 뛰어나 여름동안 코믹액션물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절제된 감성연기를 펼치는 메릴 스트립은
나이들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배우.

나흘간의 사랑과 평생의 그리움을 그린 이영화에서 그녀는 아름답고
슬픈 중년여인의 내면세계와 백발이 희끗한 노년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초 "리버 와일드"의 급류타기를 거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래선 그녀는 예일드라마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학구파.

브로드웨이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토니상을 받은 뒤 77년 "줄리아"로
영화계에 들어섰다.

2년뒤 "크레이머대 크레이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82년에는
"소피의 선택"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또다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았을때
타임지는 그녀를 "미국이 가장 자랑할수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네트"의 주연을 맡은 샌드라 블록은 줄리아 로버츠 이후 최고의
신데렐라로 불리는 청순형.

"스피드"의 조연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고 후속작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성공으로 일약 주연급 연기자가 된 그녀는 "네트"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거대 전자기업의 음모와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을
밝혀내는 컴퓨터프로그매머로 맹활약한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위험한 장면에서도 대역을 쓰지 않아 제작진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험한 아이들"에서 여교사역을 맡은 미쉘 파이퍼는 아카데미상후보로
3번이나 올랐음에도 아직까지 트로피를 안아보지 못한 배우.

그러나 그녀의 연기에는 너나없이 후한 점수를 준다.

뮤지컬 "그리이스" "스카페이스"를 통해 평단의 갈채를 받기 시작한
그녀는 "사랑의 필드" "위험한 관계"를 넘어 이제 "위험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청소년의 우상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스피시즈"에서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탄생한 합성인간역을 맡은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캐나다출신 특수DNA로 이상성장한 여인이 임신을
위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죄책감없이 살인하는 장면등 관능적이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잘 표현, 올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15세에 프랑스 패션잡지 커버모델을 시작해 남성화장품 올드 스파이스의
전속모델로 활동중인 그녀는 10월초 "스피시스"홍보를 위해 한국에
온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