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보낸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또 무슨 휴식인가. 해외 출장을
나간다"

"그래도 한가위 아닌가.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예년보다 크게 앞당겨진 한가위를 앞두고 각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해외출장파"와 "국내휴식파"로 나뉘어졌다.

김우중(대우)김석준(쌍용)최원석(동아)회장 등이 대표적인 해외 출장파다.

반면 정주영.정세영(현대)이건희(삼성)구자경.구본무(LG)최종현(선경)회장
등은 차례를 지낸뒤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일정을 잡았다.

휴식파로 분류되는 총수들은 형제와 자녀들이 많은 대가족의 가부장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출장파 총수들은 가족이 비교적 단촐한 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정주영.인영(한라).순영(성우).세영(현대).상영(금강)회장 등 각
그룹을 이끌고 있는 "총수 형제"들은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에 있는 선영을 성묘하는 등 공동 가족행사를 갖는 한편 각각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평범하게"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정세영회장의 경우는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가까운 친구들과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며 "불도옹"이란 별명을
얻은 정인영회장은 추석연휴 직전까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바쁘게 지내다
귀국할 예정이어서 누구보다도 "반가운 한가위"가 될 전망.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3일부터 8일까지 닷새동안은
태국엘 다녀올 계획이라고.

<>.조석래(효성).양래(한국타이어).욱래(대전피혁)회장 등 효성 계열의
"총수 3형제"도 추석을 맞아 벽제 선영을 다녀온 뒤 맏이인 조효성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우애를 다지기로 했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선영(고이병철회장)에 성묘를 다녀오는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이 자택에서 쉬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회장은 명절 기간에는 해외 출장을 가지 않는다"며
"이번 추석연휴에도 자택에서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등 신규 사업을 검토하고
취미생활인 신작 비디오 감상 등으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장 취임이후 첫 한가위 연휴를 맞는 구본무LG그룹 회장은 추석인 9일
부친인 구자경명예회장의 성북동 집에서 차례를 지낸뒤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키로 했다.

구회장은 요즘 일본의 대하 역사소설 "대망"을 다시 탐독하고 있는데
이번 연휴기간은 주로 독서로 지력을 재충전할 계획이라는 것.

예년 추석연휴때는 동생들과 골프를 함께 치기도 했으나 이번에도
"관례"를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최종현선경그룹 회장은 장조카인 최윤원선경인더스트리 부회장의 방배동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마련하지 않은채 주로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이밖에 조중훈(한진)김승연(한화)이동찬(코오롱)이준용(대림)김중원(한일)
박영일(대농)회장 등 대부분 총수들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다만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은 홀수달인 9월이 시작됐음에도 아직 귀국일자를 잡지 않은
상태여서 추석연휴를 어디에서 보낼지는 확실치 않은 상태다.

한편 "가부장적 경영"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은 추석을 전후해 "건설현장 사망자 미망인"들을 초청, 다과회를
베풀며 "금일봉"을 전달하는등 위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채를 띤다.

"한보에 몸을 담아 목숨을 바친 "한보맨"의 미망인과 유가족들을 위해서는
그룹 회장이 가장의 역할도 일부 대신한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게 그룹 관계자의 귀띔.

이처럼 대부분 총수들이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과 달리 일부 총수들은
"예년처럼" 올해도 추석연휴를 반납, 해외출장길에 오르기로 해
측근들사이에 "일이 우선이냐, 조상섬기는 일이 먼저냐"는 가벼운 논란이
재연됐다.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계열사인 오리온전기의 베트남 컬러브라운관
공장 준공식에 참석차 3일 출국, 행사가 끝나는대로 곧바로 독일로 날아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키로 하는등 바쁘게 일정을 잡아놓았다.

매년 추석때마다 어김없이 해외에 나가 건설사업장등의 현지 직원들을
격려해 온 김석준쌍용그룹 회장은 올해도 "해외파"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작년까지는 건설관련 계열사를 주로 관장하는 그룹부회장 신분이어서
해외공사장만을 방문했으나 올해는 양회 증권 등 다른 계열사의
해외지사들도 두루 둘러볼 계획이라고.

최원석동아그룹 회장도 예년과 같이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 지사를 방문,
해외시장 다변화등을 위한 사업구상을 한 뒤 추석이후 귀국키로 했다.

<산업1부>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