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트디즈니가 캐피털시티즈/ABC를 1백90억달러에 인수, 초대형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번 인수계획은 미의회에서 방송.통신.
흥행업의 장벽을 허무는 통신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련업체들의 인수.합병을 가속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와 "미키마우스", "라이언킹", "미녀와
야수" 등 만화영화로 유명한 미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업체.

이 회사의 94년도 매출 1백1억달러 가운데 48%가 프로그램 공급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이 차지했다.

피인수업체인 캐피털시티즈/ABC는 미국 최대의 TV방송사인 ABC와 8개의
케이블TV, 21개의 라디오방송국, 신문.출판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미디어기업이다.

94년도 매출은 64억달러.그러니까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업체가 프로그램을
받아 전송하는 미디어업체를 인수한 셈이다.

월트디즈니의 회장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아이스너(53)는 캐피털시티즈/
ABC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1+1"이 4가 되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전송까지를 일원화함으로써 효율을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또 국제화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캐피털시티즈/ABC를 인수함에 따라
해외시장 공략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멀티미디어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이스너 회장은 작년초 앨 고어 부통령 주재로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교(UCLA)에서 열린 "정보고속도로 정상회담"에서 "정보
고속도로가 울퉁불퉁한 길로 판명되면 어떻게 하려느냐"고 반문하면서
앞으로도 엔터테인먼트분야에 집착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렵 월트디즈니는 이미 방송사 인수를 추진중이었다.

아이스너회장의 오른팔로 일해온 프랭크 웰스 사장이 헬기사고로 사망하기
이전에 멀티미디어분야 진출을 간절히 진언했던 점도 아이스너가 미디어
기업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공교롭게도 아이스너는 대학졸업후 첫직장으로 방송사(NBC)를 택했으며
나중에는 ABC에서도 근무했다.

월트디즈니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방송.통신.흥행업
의 일원화.대형화 추세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는 통신법 개정을 기대하며 관련업체들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속출했다.

식음료업체 시그램의 MCA 인수와 바이아컴의 파라마운트 인수가 대표적
이다.

이밖에 제너럴일렉트릭은 타임워너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고 웨스팅하우스
는 CBS 인수를 추진중이다.

월트디즈니는 주주총회와 당국의 승인을 받아 예정대로 96년초
캐피털시티즈/ABC 인수를 완료하고 나면 경쟁상대인 타임워너, 바이아컴,
뉴스등 대형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월트디즈니와 캐피털시티즈/ABC의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반독점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가 있다면 양사 모두 로스앤젤레스에 TV방송사를 두고 있어 법무부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통신법 개정이 가을께 완료되면 이것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