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이 주식회사설립때 은행에 내야하는 자본금을 대신 납입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뒤 하룻만에 빼내는 등 1천억원대의 자본금을 가장납입해준
악덕중개업자와 전주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수부(김상희부장.조근호검사)는 27일 자본금
가장납입사범과 유령회사등에 대한 일제 수사결과,명동등지에서
활동하는 주금중개업자와 사기사범 등 1백44명을 적발해 이중 19명을
상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1백17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달아난 유령회사대표 8명을 지명수배됐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주금가장납입 사범은 서울시내 중개업자중
대표적인 거물급이며,이들의 주금동원액은 1천33억원으로 총 4백60개
회사가 설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한봉현씨(46.성진컨설팅대표)는 지난해 6월23일경
부터 올 6월20일까지 명동사채시장에서 회사설립과 증자를 원하는 희망자
들을 상대로 주금을 대납해주고 대가로 5천만원당 20만원(0.025%)씩의
수수료를 받는 등 총 2백28건의 주식회사설립(주금 5백57억원)을 중개한
혐의이다.

함께 구속된 전재호씨(36.한성상사대표)는 지난해초부터 올 6월20일까지
한씨와 같은 방법으로 41건,합계금 61억7천만원의 자본금가장납입을 중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주인 조옥련씨(여.55)는 전씨와 같은 기간에 자금을 일시 예치해주는
수법으로 6건,17억6천만원의 주금을 은행에 넣다 1일만에 빼내갔다.

구속된 최창순씨(36.무직)는 주금가장납입에 의해 설립된
(주)원정교역위경산업(주)를 인수한 후,실권이 없는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변제의사도없이 외환은행등으로부터 2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수배중인 홍순현씨는 자본금없이 주금납입을 가장해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딱지어음을 남발하는등 23억원 상당의 어음을 고의부도낸 혐의다.

검찰은 이들의 중개로 설립된 4백60개 회사중 상호가 정확하게 밝혀진
회사는 1백19개로 이중 제조업 41건,건설업 32건,서비스업 22건,판매업
19건 기타 4건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주금가장납입과정을 거쳐 설립되거나 증자된 회사는
자본금의 취약성이 가장 큰 약점"이라며 "건설회사의 경우 회사능력을
초과하는 공사를 무리하게 수주하게 돼 주금가장납입이 결국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