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사에서 요즘같이 희귀한 현상이 벌어진 예는 없었다고들 말한다.

백악관 연방의회 주의회 법원 할 것없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소위 소수인종우대법으로 불리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차기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밥 돌상원의원을 비롯
공화당의 지도자들은 "이제 인종에 대한 특별한 고려는 없애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또한 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더욱 달아 오르고 있다.

소소이의 발단은 지난 89년, 백인소유의 아더랜드사와 히스패닉소유의
곤잘레스사가 하청업체로 응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더랜도는 곤잘레스보다 1천7백달러 낮게 응찰가를 냈지만 경쟁사에
밀렸다.

결국 소수계보호라는 어퍼머티브 액션의 피해를 본 셈이 됐다.

화가 난 아더랜드는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했으나 이번 최종심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철폐의 촛점은 고용과 대학입학에서의 우대 아더랜드사의
예에서 보듯 불평등계약등 대충 3가지로 모아진다.

소수민족을 위한 법이 이제는 백인들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얼마전 뉴욕 타임스는 그 극명한 예로 버클리대학을 들었다.

이 대학은 84년만 해도 백인학생이 61%, 아시아계가 24%였다.

그러나 불과 10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아시아계가 39%로 다수가 됐고,
백인은 33%로 낮아졌다 다수와 소수가 뒤바뀐 것이다.

상황이 이쯤 이르자,비판을 금기시 해오던 많은 인권운동가들도 백인편을
거들고 나서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직계가족외의 비자발급을 금지하는 이민어기제법안, 미국내
에서 다른 언어를 금지하고 영어만 사요아하자는 영어공용어법안등이 잇달아
의회에 상정되고 있는 지경에 까지 왔다.

이같은 미국내 실상은 흑인 히스패닉은 물론이고 하눅 교포들을 크게 자극
하고 있다.

반대운동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정치나 경제보다 어쩌면 어퍼머티브 액션철폐가 더 큰 사회문제로 제기될
공산이 크다.

앞으로 이 문제가 처리되면서 미국사회는 큰 회오리바람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60년대 마틴 루터와 말콤등이 주도했던 식의 인권운동이나, 또 하나는
KKK와 같은 백인우월주의의 기승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인종평등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 점점 크게 도져가는 분위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