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2일 12%대의 높은 단독임금인상안을 제시함으로써 올해
단위사업장의 임금협상이 상당히 불투명할 전망이다.

지난2년간 노,경총이 합의한 임금인상안을 토대로 협상을 벌여온
단위사업장 노사는 중앙단위의 노사가 각각 제시하는 임금인상안을
기준으로 삼아 협상을 벌여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때문이다.

임금협상때 사용자측이 기준으로 삼을 경총의 임금인상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기업의 경영사정과 임금안정등을 감안해 6%선의
낮은 인상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노,경총간 임금인상제시율 격차가 노사가 협상을 통해
쉽게 접근할수 없는 6%대에 달해 단위사업장 노사가 중앙단위의
임금가이드라인을 서로 고집할 경우 올해 임금협상은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노총산하 노련이나 단위사업장노조들은 최하 13%대에서 최고
21%대까지의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한 상태다.

노총산하 전력노련이 21.69%의 임금인상안을 확정한 것을 비롯,광산노련
(15.1%),금융노련(13.8%),자동차노련(16.7%),금속노련(14.1%)등도 올해 임
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단위사업장에 내려보냈다.

또 재야노동단체인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도 14.8%의 임금지침을
발표한 상태이고 민노준 계열인 대우조선노조는 이보다 약간 높은
14.92%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해놓고 있다.

물론 노,경총이 단일인금인상안을 도출해낸 지난해에도 산별노련이나
단위사업장들은 두자리수의 높은 인상률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단위사업장 노사가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
등을 겪어도 결국에는 노,경총 합의안내에서 타결돼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감이 노사 양측에 깔려있었다.

따라서 단위사업장노조의 요구안이 아무리 높아도 대부분의 사업장은
몇차례의 협상을 거치면 적정임금수준에서 타결되고 노사분규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사양측의 비빌 언덕이 없어진데다 노총이 재야노동단체를
의식해 정치활동강화등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산업현장은 큰 진총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총은 특히 이날 마련한 임금교섭지침에서 공공부문노조의 투쟁시기와
맞물리는 5월하순을 공동투쟁시기로 잡고 있어 자칫 산업현장은 엄청난 소
용돌이에 휩싸일 우려마저 있다.

그러나 노총이 비록 단독임금인상안을 제시했더라도 현재의 노사안정분
위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일부 노동전문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로 공익위원들의 단일임금인상안 제시를 들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노총이 단독안을 내놓자 대학교수등 공익위원들로
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적정임금수준을 제시토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공익위원들의 임금인상안이 제시될 경우 중앙단위의 노사가 자율로
이끌어낸 지난해의 단일임금인상안보다는 현장사업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겠지만 임금안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어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미칠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이 임금인상안을 마련할 경우 노,경총이 제시하는 양측의
임금인상을 모두 고려하겠지만 국가경쟁력강화와 임금안정등을 감안해
한자리수의 낮은 임금인상률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임금인상안은 일부 노조측에게 거부감을 주겠지만 임금및
노사관계안정을 바라는 대부분의 사업장에는 설득력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경총간 단일임금인상안이 없어진 상태에선 공익위원들이
내놓는 가이드라인이 노사양측에게 새로운 "심리적 타결기대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노사양측의 성숙된 분위기도 노사관계안정을 지속시킬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87년 민주화선언이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현장사업장
노사는 이제 분규가 노사양측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결코 실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 무리한 요구나 쟁의행위는
쉽사리 결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단독임금인상안을 내놓은 노총이 여론의 지지를 얻기위해서라도
노사화합분위기 조성에 적극나설 것으로 보여 노사문제가 예상외의
안정분위기를 보일 것으로 일각에선 점치고 있다.

한편 노총은 이날 단독임금인상안과 함께 물가안정,근로자주택건설확충,근
로소득세 경감등 근로자실질소득을 위한 각종 요구사항을 제시,올해에도
노,사,정 3자가 벌이는 정책,제도개선을 위한 사회적합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