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너럴모터스(GM)가 내부승진이란 전통의 인사원칙을 포기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 관심을 끌고 있다.

GM은 콘택트렌즈 전문업체인 바슈롬사의 로널드 자렐라(45)사장을 지난
12일자로 GM 북미사업본부의 판매.서비스및 마케팅담당 부사장에 들어
앉혔다.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만 연 50만달러를 지불
하는 조건으로 영입한 자렐라부사장은 자동차에 관한한 문외한이란 점에서도
영입이유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자렐라부사장이 차고 앉은 자리는 연간 1천억달러에 달하는 자동차개발및
마케팅활동을 책임지는 핵심포스트.

그룹내 서열로 쳐도 12위권이내로 막중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

GM이 자렐라를 끌어들인 것은 그가 보여줬던 소비재상품 마케팅능력을
높이 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5년 브리스톨 마이어스사의 계열사인 플레이텍스사에서 바슈롬사로
옮긴뒤 지난해 부사장자리에 오른 자렐라는 오늘날의 바슈롬사를 있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말 솔터교수는 "바슈롬은 자렐라사장이 없어도
세계안경류시장의 대부로 남을 것"이라며 "이는 바슈롬브랜드를 전세계인의
뇌리에 심어놓은 그의 독보적인 마케팅활동 덕분"이라고까지 극찬하고 있다.

지난 5개월간 외부인사영입을 지휘해 왔던 존 스메일 GM회장과 존
스미스사장이 노린 것은 바로 소비재상품 마케팅활동에 대한 그의 경험과
명성이다.

GM은 그동안 마케팅활동을 "단지 상품을 구입토록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로만 보아 왔다.

자연히 경쟁사보다 소비추세변화에 둔감했다.

경쟁사보다 미니밴을 늦게 내놓아 시장을 빼앗긴 것도 그와같은 좁은
마케팅관에 기인했다.

GM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점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

초기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견을 반영,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만드는데 힘쓰는등 마케팅활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마케팅에 관한 조직내부의 시각변화는 외부전문가에 의해 더욱 빨리
촉발될수 있고 그 적임자로 자렐라가 꼽혔다는 분석인 것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