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파생금융상품(데리버티브)거래와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사태가
일고 있다.

제소자는 파생금융시장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고 피제소자는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업체, 투자자의 돈을 맡아 이 상품을
거래한 투자신탁회사들이다.

제소자중에는 프록터&갬블(P&G)같은 대기업과 대학이나 지방정부같은
공공단체들도 있다.

제소자들은 금리스왑, 통화스왑등의 파생금융상품을 팔거나 거래를 중개한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해 손실을 입혔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한다.

금융기관의 실수와 사기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제소자들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금융업계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어떻게 자기네 탓이냐고 반박한다.

투자자들에게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소송은 지난달말 P&G의 뱅커스트러스트에 대한 소송.

비누 화장품등 각종 가정용품생산업체인 P&G는 월가의 이 금융업체를
상대로 법원에 1억3천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P&G는 뱅커스트러스트가 금리스왑을 판매하면서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1억2백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뱅커스트러스트의 교묘한 사기와 기만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 며칠전에는 연하장업체인 깁슨그리팅사가 역시 이 월가업체에 대해
2천3백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제소사유는 P&G와 비슷했다.

뱅커스트러스트의 반론은 강력하다.

"투자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지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업체에 있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금융상품의 성격과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P&G같은 대기업이 남(금융업체)의 말만 듣고 투자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에 앞서 지난 몇달동안 수십건의 크고 작은 소송이 쏟아져 나왔다.

텍사스주의 오데사대학이 월가의 투자회사 그룬텔사를 제소한 것도 이중
하나다.

올초 이 대학은 그룬텔사에게 2천2백만달러를 맡겼다.

그러나 얼마전 투자잔고를 알아보니 1천1백만달러밖에 안됐다.

그룬텔이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1천1백만달러를 날린 것이다.

오데사대학은 그룬텔이 사전에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고 주장한다.

그룬텔이 투자자이익보호라는 본연의 신탁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데사대학의 제소사유이다.

또다른 소송사건은 시카고지역전문대가 휴스턴의 투자금융업체 웨스트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이 전문대는 웨스트캡이 "공립학교는 파생금융상품을 보유할수 없다"는
일리노이주법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탁자금을 파생금융상품에 투자, 4천여만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고 제소장에서 밝히고 있다.

이 소송들은 세가지 관점에서 법원의 심리를 받게 된다.

첫째는 투자행위의 적합성을 결정하는 책임자가 투자자냐 딜러(금융업체)냐
하는 것.

오데사대학과 그룬텔사간의 싸움이 이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둘째는 딜러가 투자자에게 투자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는가 하는 점으로
P&G및 깁슨그리팅과 뱅커스트러스트간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세째는 투자자가 어떤 상품에 투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로 시카고
전문대와 웨스트캡간의 소송이 이에 해당된다.

법률전문가들은 법원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미파생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업체들이 질 경우 미파생금융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이같은 소송사태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다.

국내에서도 파생금융거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매우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