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부정스캔들로 몸살..정/경 모두 부패 투성이
거물급 기업가들이 사기 탈세등의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정부각료들이
정치자금과 관련된 뇌물수수등으로 사임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 유럽이
거대한 부패의 온상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양상은 이탈리아 스페인등 과거 부패가 심했던곳은 물론 프랑스
독일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에만 알랭 카리등 통신장관및 제랄드 롱게 산업장관등
2명의 각료가 부정혐의로 자리를 물러났다.
카리농 전장관은 그가 시장으로 있었던 그레노블시의 공공수주와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재 리옹감독에 수감돼 있다.
롱게장관은 정치자금 수뇌및 주말 휴양빌라의 무료사용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열흘전 스스로 사임을 발표했다.
특히 집권 중도우익의 핵심 인물인 롱게장관의 사임은 개인적 정치생명은
말할것도 없고 내년 대통령출마를 선언한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에게까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탈리와와 스페인은 총리가 부정스캔들에 관련돼 정권유지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자신 소유인 "핀인베스트그룹"이
탈세를 위한 뇌물공여 사건에 휘말리자 그 자구책으로 그룹업무와 결별할
것이라며 이른바 "정경분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급하락, 집권한지 7개월도 채못된 지금, 벌써부터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펠리페 곤잘레스총리도 지난5월 자신이 이끄는 사회당이
증권파등에 연루돼 핵심 각료들이 사임하는 곤욕을 치룬데 이어 지난주부터
는 연대 세력인 카탈란 국민당이 부정사건에 휘말리는등 "바람잘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회당은 이로인해 지난 6월의 유럽의회선거에서 참패하는등 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유럽재계의 부정행각은 보다 심각하다.
재계리더들이 정치자금을 미끼로 대규모수주를 따내거나 탈세, 횡령등의
혐의로 구속돼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고속전철및 통신 전문업체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알카텔
알스톰사의 피에르 수아르회장이 지난 7월이후 자금유용, 가격조작등의
이유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 5월말에는 프랑스 슈나이더그룹의 디디에 피노발렝시엥회장
이 "문서위조,횡령및 회계조작"혐의로 벨기에 구치소에 2주간 감금된데
이어 한달후인 6월말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대표적이 기업가이자 정치가
인 버나드 타피씨가 "호화요트와 관련된 탈세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경영자총연맹의 차기 위원장 후보로 거론될만큼 개인적인 영향력이
상당한 피노발렝시엥씨는 프랑스 재계인사들의 석방운동으로 일단 풀려나긴
했으나 프랑스를 떠나지 못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독일도 "부패제로"지역은 결코 아니다.
최대 부동산업자가 50억달러 상당의 부채를 남겨놓고 잠적한데 이어
세계적인 스포츠 관련업체인 발삼사도 탈세사건이 확산되자 파산을 선언
했다.
이밖에 폴크스바겐사가 미GM사의 독일 현지법인인 아담 오펠사의 기술을
도용한 이른바 산업스파이 사건이 발생하는등 재계의 도덕성 결여가 새로운
논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의 부패담당 치안판사인 티에르 장피에르씨가 펴낸
36페이지짜리 팜플렛인 "블랙북"은 "대부분의 정치부패는 기업과 관련돼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부패에 관한한 프랑스도 이탈리아와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윤리성을 바탕으로한 자본주의의 본거지임을 자랑하던 유럽대륙, 이곳도
이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계및 재계상을 새로이 확립해야 한다는
질타가 쏟아져 나오는 분위기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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