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유선방송이 막 시작되면서 붐을 이루고 있지만 미국의
유선방송사들은 요즘 존폐의 기로에서 고전하고 있다.

덩치 큰 미국의 전화회사들이 지역통신의 핵인 케이블망을 선점하기위해
유선방송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있기 때문이다.

이들 전화회사들은 조만간 장.단거리 전화시장의 상호 진출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미통신법이 개정,장거리전화업체들이 지역전화시장에 진출
하면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앞다투어 유선방송망 장악에
나서고있다.

미국의 지역전화회사인 유에스 웨스트는 지난 7월 아틀란타지역에
46만6천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워메트코와 조지아케이블 TV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아틀란타지역에 전화서비스를 하고 있는 벨사우스도 지난해 10월 프라임
매니지먼트의 라스베가스 케이블방송국의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4억5천만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조건은 7년후 인수.벨사우스는 20만3천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프라임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프린트가 장악하고 있는 이지역 전화시장
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다.

벨은 연초에 콕스케이블,벨아틀랜틱등 케이블사등 몇몇 유선방송사의
인수시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아직도 전화시장싸움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은 유선방송을 통해 지역통신망을 장악하는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제및 시외전화를 지역에 연결하기위해 반드시 지역전화사를 거쳐야
하는 장거리전화사들은 지역의 통신망을 장악하는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유선방송망을 통해 지역전화를 직접 서비스할 경우 현재 지역전화사에게
지불하는 연간 2백억달러의 엄청난 중계수수료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MCI는 지난 1월 존스인터케이블과 제휴,20억달러를 투자해 현재 동축
케이블을 통한 지역전화 시범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AT&T 역시 TCI를 포함,몇몇 회사와함께 쌍방향 비디오 서비스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AT&T는 좋은 투자조건을 내세워 타임 워너과도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케이블업계는 일부 대형 유선방송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연결, 단일 브랜드 아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TCI,콤케스트,컨티넨탈케이블비젼,콕스등 6개 케이블사는 텔리포트
커뮤니케이션스를 공동인수,전국18개 시에 지역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TCI의 존 말론과 캠케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등 대형
유선방송사장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전화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의회의 승인을 촉구했다.

자본이 빈약한 대부분의 영세 케이블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 전화사들을 당할 도리가 없다.

이들은 결국 든든한 파트너를 구하거나 아예 돈많은 인수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콤케스트는 지난 여름 디트로이트,뉴저지,플로리다에 확고한 발판을
굳히고있는 한 케이블 방송국을 13억달러에 사기로 계약했다.

달라스의 포트워스,위스콘신과 남플로리다 시장에서 74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텔리케이블과 캘리포니아에 1백10만 시청자를 갖고 있는
바이어콤의 케이블방송국도최근 TCI에 넘어갔다.

지난 6월에는 콕스케이블이 1백80만 시청자를 자랑하는 타임즈미러의
케이블을 인수키로 합의했다.

내년 통신법 개정을 앞두고 유선방송사 인수에 나서는 전화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망한 지역전화회사인 MFS 사장 로이스 홀란드씨는 이와관련,"규제가
풀려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누가 유선방송을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전화시장에서의 싸움도 판가름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제 미국 1천7백여 유선방송사들은 돈줄을 잡아 전화시장에 역진출
하지 않는 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