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중견 중소기업의 A사장은 이번 중국 여행길에 기분을 잡쳤다.
투자조사차 몇개 지역을 둘러 보았는데 가는 곳마다 사기꾼 취급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잘 풀려나가는 듯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진짜 투자할것이냐고
몇번이나 확인하는 통에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슷한 경우는 너무 흔하다.

국내 신발원부자재 업체로 이름난 D기업의 경우 투자추진차 방문했던 중국
남부의 번우시 관계자로부터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정말 할겁니까"라는
의구심 짙은 질문이었다. 불신이 극에 달한 경우다.

한.중간 경제교류 실패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아마도 상호불신풍조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당사자들은 양국 기업,일반국민 그리고 해당
지역정부등이다.

중국을 찾은 한국인들이 의향서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 생각없이
중국을 방문해서 사업이 되겠다 싶으면 마구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돌아간
뒤 여건이 맞지 않으니까 포기를 해버리는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된다.

중국측의 태도도 예외는 아니다.

일 한가지를 부탁해놓으면 일주일 이주일이 가도 묵묵부답이다. 된다는
이야기만 해놓고 막상 되는 일이 없다.

그들에게 한국기업은 모두 거짓말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면 중도에서 그만둘 수 있다. 그러나 깨끗한 뒷처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골 중소도시에서 제법 큰 규모로 식당과 의류업을 하는 K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지역에서는 유지에 속하는 그는 중국에 단체여행을 갔다가 중국기업과
식당사업을 하겠다고 덜컥 계약을 했다.

문제는 중국어 한마디 모르는 상태에서 가이드인 조선족 통역을 앞세워
4시간만에 상담을 끝내고 그 다음날 계약까지 해버린데 있다.

나중에서야 밝혀졌지만 계약내용과 협상내용이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계약서를 한글로 번역해본 K사장
측에서 심한 배신감을 느껴 아예 연락을 끊고 말았다.

문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팩스 한장도 중국측에
보내지 않아 분노를 산 점이다.

그지역을 방문했던 한국기업들은 중국관리들로 부터 한동안 K사장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신의없는 한국인이라는 소리와 함께.

서로를 비방하는 소리는 끊임이 없다. 한국사람은 처음에는 좋아도 끝이
안좋다느니 기본적으로 신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로부터 아예 한국사람
상대하기 싫다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기업은 사회주의 체질에서 못벗어났다든가,하루에 한가지
씩 이상은 일을 못한다는등 중국을 욕하는 경우도 많다.

각각 이유있는 불신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누구의 잘못인가는
차후의 문제다.

일단 상호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면 일을 풀어나가는 것은 무척
어렵게 된다.

K사장이후에 그 지역에 갔던 한국기업인들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전보다
몇배의 어려움을 겪었음은 물론이다.

공연히 남에게도 피해를 주는 사례에 속한다. 기회를 눈앞에 두었다고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한국인의 기질이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다가 실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결코 빠른 것민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특히 중국과 같이 이익이 되는
일에는 빠르게 움직일줄 아는 제한적인 만만디(만만지)전략을 구사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이라고 아무나 어떤 사업이건 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속담처럼 집에서 새는 쪽박은 밖에서도 새게 마련이다. 아무리 기회가
눈앞에 보인다해도 그것이 꼭 승리로만 귀결될 것으로 믿는다면 큰 오산
이다. 역시 만사는 사람에 달렸다.

오죽하면 일본 기업들은 중국비즈니스에서 80%는 사람이 20%는 사업성이
좌우한다고 하는지 그들의 경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잡학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지식은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아는 것도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이 요청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