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의 정치성 영화 <증발>이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수정지시를 받
고 통과됐다. 공륜은 최근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는
데, 구체적으로 몇군데에서 몇분 분량이 삭제될지는 오는 15일이후에 다시
열릴 영화분과심의위에서 판가름난다. <증발>은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영화가 정치적 이유로 가위질당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부분은 <>대통령 한성태가 중앙정보부장 박진욱을 권총으로 사
살하는 장면 <>미국이 이를 교사한 것이라고 암시하는 대목 <>김종필씨등
현존 인물들을 다룬 대목 <>대통령의 정사장면 등이다.

공륜쪽은 "역사적 인물이나 사실에 대해 왜곡할 수 없다"는 영화법 18조
1항 9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 감독은 "특히 박진욱 총살장면에서 대통령이 직접 사살하
는 것을 피해달라는 주문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해 이미 영화내용을 가
지고 문화체육부에 제작신고를 한 뒤에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문제되는 것
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나의 사상이 불온하며 북한공작금으로 영화를
찍은 것과 다름없다는 식의 반공단체들의 항의가 들어왔다니 참을수 없다"
면서 "삭제된 영화의 상영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8일오후 미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