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헌병대가 미군 병사와 단순한 차선시비를 벌인 한국인 택시기사를
수갑까지 채워 연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 연행=28일 낮 12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동 미8군 영내 골프클럽 앞길
에서 아피스택시(일명 아리랑택시) 운전사 정양환(47.서울 관악구 봉천
동 169)씨가 미군 헌병 4명에 의해 몸수색을 당한 뒤 수갑이 채워져 헌병
대로 연행됐다.
정씨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빌리지 앞길에서
미군 병사 해리슨 상병과 차선 양보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미8군 영내
에 들어갔다가 미군 병사를 폭행한 혐의로 연행됐다.
정씨에 따르면 한남빌리지 뒷문을 빠져나오던 중 너비 3m의 좁은 골목
길에서 반대쪽에서 오던 해리슨 상병 차와 마주쳐 승강이를 벌인 사실은
있으나 폭행한 일이 없는데도 미군 헌병들이 연행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당시 해리슨 상병이 차에서 내려 차를 후진해줄 것을 요구해
차를 뒤로 빼주었다"며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아 해리
슨 상병을 때릴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비 뒤 해리슨 상병은 미군 헌병대에 정씨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신고했으며, 미군 헌병대는 이날 오후 손님을 태우고 미군 영내로 들어온
정씨를 연행했다.
특히 미군 헌병대는 정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며 3시간 동안이나 계속
손을 뒤로 해 수갑을 채워놓았다고 정씨는 말했다.
미군쪽은 조사를 벌였으나 정씨에 대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자 오후 3
시5분께 정씨를 석방했다.
<> 동료운전사 농성=정씨가 연행되는 광경을 목격한 아리랑택시 상조회
장 배삼진(46)씨 등 동료 택시기사 1백여명은 용산기지 제1정문 앞에서 3
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택시기사들은 차를 정문에서 피엑스 건물까지 5백여m 정도 한줄로 세워
둔 채 <>정씨 석방과 미군쪽의 서면사과 <>정씨를 연행한 미군 헌병 와일
스 상병의 처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의 농성이 계속되자 잉글리시 미8군 헌병사령관은 이날 오후 정씨
를 석방하며 "정씨의 폭행 여부를 조사한 뒤 사과를 할 것인지와 와일스
상병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할 서울 용산경찰서는 "미군 영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수사권이
없다"며 첩보입수 차원에서 정보과 형사 1명만을 미군 헌병대에 보내 상
황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