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회관 8층에 있는 증시안정기금 사무국이 무척 북적댄다.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증권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부쩍 잦아졌다.

증안기금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음을 실감할수 있는 현상이다.
증권계는 증안기금에 "안테나"를 맞추고 있다.

언제 주식을 팔고 어떤 종목을 팔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난
90년5월 주식시장의 안정(주가하락방지)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후 줄곧
주식을 사들이기만 하던 이 기금이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이것이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증안기금의 주식매각 목적도 살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안정"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입원칙은 "지수관리"다.

증안기금의 이준상운용위원장은 "전체시장상황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매각할것"이라며 개입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개별종목의 주가가 아니라
전체시장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매각종목선정도 당연히 지수를 끌어내릴수 있는 것으로 고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차례의 시장개입에서도 이런 원칙은 어느정도 확인된다.

첫번째로 주식을 내다팔았던 지난연말 폐장일(12월28일)에는 당시
상승세를 선도하던 포철주를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상한가이던
유공을 보합선으로 끌어내렸다.

"지수를 끌어내리기 위해 뛰는 종목을 판다"는 매각원칙의 일단을
드러냈다.

4년만에 손에 잡았던 "지수900"을 연기처럼 사라지게 만들었던
지난7일에도 이원칙을 분명히 보여줬다.

두번째 개입인 이날은 선경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 단기급등하면서 장을
끌어가던 종목과 단순주가 상위20위종목이 거의 모두 포함된 고가주를 주로
팔았다.

세번째인 지난8일에는 지수 끌어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장 동시호가때 기습적으로 매물을 내놓았으나 기대와 달리 지수가
오르자 마지막 카드까지 빼들었다.

보합선을 맴돌던 한전과 포철을 지수꺾기에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대거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는 <>단기급등종목<>매입가대비 상승률 높은 종목<>당일 상승세
선도종목을 우선 매각하겠다던 스스로의 매각원칙을 어긴 셈이다.

지수를 꺾기위해 필요하다면 손해를 보고도 팔수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안기금은 세차례의 개입을 통해 일단 소방수가 될수있음을 보여줬다.

첫번째는 상승억제,두번째는 900선돌파저지,세번째는 약세반전이란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또 장세가 이상과열을 보일경우 언제든지 소방수로 등장할 것이란 사실도
확실히 알렸다.

이준상위원장은 "국민들이 본업을 버리고 주식투자에 나서는 일이 생길
정도로 주식시장이 지나친 호황을 보여서는 곤란하다"며 이상과열을
막기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안기금의 장세 억제능력에 대한 의문도 강하다.

주식시장의 열기를 꺾는데 증안기금만으로는 힘겹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은 증안기금이 내놓는 매물을 소화해내면서 상승세를 이어갈수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7,8일 연속 증안기금이 내다판 선경주가 전형적인 사례. 증안기금
매도소식이 전해지자 상한가 매수잔량이 늘어났었다. 증안기금매도소식이
매수세를 위축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물부족상태인 이주식을 확보할수
있는 기회로 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증안기금 보유주식이 상장주식의 5%정도전후에 불과해 매물부담이
안될수도 있다는 분석아래 증안매물을 소화하며 올라가는 "정면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증안기금 보유 주식의 매각은 불과 석달이면 끝날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안기금 보유물량이 상장주식의 5%선에 불과해 요즘의
거래추세로 볼때 하루거래량의 10%를 증안매물로 가정할 경우 88일정도
걸린다(럭키증권)는 분석이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지금 투자자들에게 보유물량을
넘겨준다는 점에서 볼때 증안기금의 매각은 바람직하다" 증안기금의
주식처분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없지는 않다. 반면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증권당국이 왜 900문턱에서 그많은 기관중 유독 증안기금을
동원해 주가를 관리하려 하는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돈좀 벌만하니 당국이 훼방을 놓는다"(개인투자자)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증시의 자율기능 훼손을 우려하는
다음의 지적이다.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증안기금을 만들었으나 결국 450선까지
미끌어졌듯이 지금 증안기금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으나 결국 상승흐름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증권당국이 "주가를 관리할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면 "상처"를 입고 말것이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