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시대 고향을 등진 빈농출신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미두거래시장이 나온다. 금강을 배경으로한 이 소설
<>에 맨처음 등장하는 정주사는 고향을 떠날때 갖고온 재산마저 군산
<>미두장에서 날려버린 인물이다. 일제는 한반도강점이후 우리나라
<>를 식량공급시장으로 확보하기위해 항구도시에 미두시장을 설립
<>했는데 군산미두시장도 그중의 하나였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뿌리는 일제시대의 미두거래소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미두거래소의 구조와 거래방식이 증권시장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
<>이다.

특히 1899년6월에 설립된 인천 미두거래소는 나중에 유가증권시장인
조선거래소에 흡수돼 증권시장의 효시로 간주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일제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침투와 함께 일본인간에
자금조달수단으로 주식거래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1908년께
서울에 주식도매상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증권업이 시작됐다고 볼수있다.

주식도매상이 점차 늘어나자 1911년에 주식현물도매조합이 결성됐다.
이를 모체로 1920년 5월에 경성주식현물시장이 생겨났다. 공식적으로
허가된 최초의 증권시장이다. 일본주식을 주로 매매했으며 시세도
오사카거래소의 시황에 따라 움직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제는 대륙침략의 추진과 함게 한반도의
공업화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시장의 체제정비에 나서게된다.
일제는 1931년 11월에 조선거래소령을 제정한후 다음해 1월 경성
주식현물거래시장과 인천 미두거래소를 합병,조선거래소의 문을 연다.
이로써 증권시장이 최초의 거래소시장 모습을 갖춘 셈이다.

조선거래소는 개설이후 군수산업의 경기호전에 따라 투기거래의
성행속에서 동경증권거래소신주등 일본의 인기투기주식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국내주식으로는 경성방직 한성은행 상업은행등이 있었으나
조선거래소주외에는 거래가 부진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이 장기화되자 증권시장의 관리구조도 전시체제에
맞도록 개편했다. 1943년 7월에 제정된 조선증권거래소령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의 제정으로 주식회사제인 조선거래소를 흡수해
공영제특수법인 조선증권거래소가 생겨난다. 조선증권거래소령은
거래소조직과 시장전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해방후 증권거래법이
제정될때까지 증권관계기본법으로 준용됐다. 조선증권거래소는 1945년
8월13일부터 거래가 중단됐으며 1946년 1월16일 미군정당국이 해산시킴으로
종말을 맞았다.

해방직후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암흑기에 들어가게 된다.
해방후 한반도의 분단은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을 뿐만아니라 곧바로 6.25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암흑기에서도 일제시대때 증권업계에 종사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증권시장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 47년 여름 증권구락부가 조직됐다.

이들은 증권구락부결성이후 증권거래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49년11월 해방후 증권업면허 1호인 대한증권의 설립에
만족해야만했다. 대한증권사장은 조선증권거래소출신의 송대순씨가
취임했다.

대한증권이 설립된후 이 회사를 중심으로 경성방직 조선무진 조선철도
조선생명보험 조선 자 동아일보등과 잡다한 귀속재산의 주식현물들이
거래되고 있었을 뿐이다.
6.25전쟁발발로 이같은 주식거래는 중단됐으며 51년1.4후퇴이후 부산으로
옮겨간 대한증권사무실을 통해 건국국채와 지가증권이 매매됐다.

부산에서 대한증권과 함께 지가증권매매에 참여했던 고려증권 영남증권
국제증권 동양증권등 5개사들이 종전이후 주축이 되어 53년11월
대한증권업협회를 공식 발족시키게된다. 대한증권거래소가
공식출범하기전까지 증권업협회주관아래 증권을 매매하는 과도기상황이
벌어졌다.

증권업협회는 54년3월 설립위원회를 조직한후 56년2월11일
대한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그해 3월3일 역사적인 증권시장개장을 맞게된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거래소개설이후 60년대중반까지 수차례 증권파동이
일어나는 격동기를 겪으면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시장으로서 제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68년말 자본시장육성법
제정과 함께 기업공개드라이브정책이 추진되면서 부터이다.
증권거래소가 79년7월 명동시절을 마감하고 여의도시대를 개막한 이후에도
증권시장은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지난 68년말 34개에 불과했던 상장기업수는 현재 6백93개로 늘어났다.
당시 6백43억원에 그쳤던 상장주식싯가총액도 1백조원시대에 돌입함으로써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눈부신 양적팽창을 이룩했다.
증권업협회의 정회원수도 작년초 시장개방이후 8개 외국증권사들의 가입에
따라 모두 40개로 늘어나 국제화시대를 맞이했다.

증권거래소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일제시대의 미두거래소에서 정기거래의
개념이 포함된 선물거래시장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어 묘한 역사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시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