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주로 다루어왔던 영국의 여류극작가 카릴 처칠의 작품
두편이 국내 연극팬들에게 연이어 소개된다.

극단 뮈토스가 오는 3~25일 동숭아트센터소극장무대에 올리는
"클라우드9"와 서울커넥션이 17일~5월26일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할 "탑
걸스"가 그것.

7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영국연극계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중견작가이지만 처칠의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처칠은 특히 여성문제를 일관되게 탐구해 온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개인과 사회의 갈등,여성과 빈민등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당하는
억압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사회적 정치적인 악을 성의 문제와 관련지어
해석해왔다.

처칠은 특히 성의 문제에 남성도 편입시킴으로써 기존의 "페미니즘"개념을
확대시켰다는 평을 듣고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두 작품도 모두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78년 영국의 조인트 스톡극단과 공동창작방식으로 만들어진
"클라우드9"는 개방된 성이 현대인에게 미치는 당혹감을 그리고 있다.

1막은 성을 금기시하던 빅토리아시대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탈행위를 파헤친다.

남성과 여성의 성이 서로 뒤바뀌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 지난해
"타임리스리어"에서도 성을 바꾸어 공연한 적이 있는 연출자 오경숙씨는
"이러한 방법이 "시대가 변할지라도 성문제의 패턴은 반복되며 성은 각
시대의 부자연스러운 규범들에 맞추어지도록 억압되어 있다"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설명한다.

2막은 현재의 런던이지만 등장인물들에게는 25년의 시간만이 지난 것으로
가정된다. 여기서는 규범에 순종하는데서 수동적인 안정감을 얻던
등장인물들이 성이 개방된 현시대에서 느끼는 당혹감을 그리게 된다.

오혜숙 이왕근 정성호 윤복성등 출연.

"클라우드 9"보다 3년 늦게 쓰여진 "탑 걸스"의 주제도 여성문제다.

여자만 16명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직장여성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마주치는 갈등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역사속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황제의 후궁이었다가
여승이된 일본여인 니조,남장을 하고 교황이 됐다는 조안등 주인공
마들레느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사회적 성공과 가정적
순종사이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성공을 위한 투쟁과 개인주의적 이기심" 그리고 "초라한 모습의
휴머니즘"이 팽팽하게 대립되며 막이 내리게 된다.

이 작품에는 김철리 이현순씨 부부가 각각 연출과 배우로 참여하는 것도
흥미를 끌고있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