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경제치적을 둘러싼 때아닌 공과논쟁이 한창이다.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들이 최근 물가 무역수지 주택건설등 현안경제이슈들에
대한 정책홍보에 일제히 목청을 높이고 있어서다. 총선을 전후한 야당의
"경제무능정부"라는 비판에 속수무책인듯했던 정부가 새로운 대응논리로
무장,반격을 시도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정부측의 이같은 갑작스런 홍보공세를 접하는 경제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반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그러한것 같다. 앞을봐도
뒤를봐도 문제투성이인 지금의 경제상황을 놓고 "A학점"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태도는 "아닌밤중의 홍두깨"라는 지적인 셈이다.
정부의 6공경제치적 홍보공세는 청와대의 "주문"에 의한 것이라는게
정설로 되어있다. 이는 노대통령 자신이 근래들어 공식.비공식의
여러자리에서 "6공경제는 주어진 여건에서 성공적"이었음을 강조해온
것으로도 알수있다.
최근 열린 제조업경쟁력강화대책회의 석상에서 노대통령은 이점을 특히
강조,경제무능 정부라는 항간의 비판에 스스로 강한 불만을 가지고있음을
표출하기도 했다.
행정부측의 대반격은 지난11일 최각규부총리의 기자간담회에서
공식화됐다. 예정에없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부총리는 물가를 단기간내
3%이내로 잡겠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3년내 3백억달러 무역흑자를 달성하고
아파트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겠다는 국민당의 공약을 비현실적이라고
강도높게 공박했다.
이와함께 6공의 경제실적은 5공의 3저호황에비해 여건자체가 크게 나빠
음에도 불구 물가 10%선억제 실업률 최저 수출 10%이상증대 주택
2백만호 공급등 괄목할만했다고 주장했다. "A플러스"는
아니라해도"A"점수를 받기에는 부끄러움이 없다는 태도였다.
정부의 이같은 6공경제 A학점 주장에는 그러나 도처에 허구가 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경제전문가들뿐아니라 일반국민들도 쉽게 집어낼수있는
허구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를 10%선에서 안정시켰다는 공적이 그렇다. 수치상으로
보더라도 6공의 소비자물가승상률은 5공시절의 2 3%에 비해 훨씬 높다.
더구나 지수물가와 피부물가의 괴리는 한층 심하다. 기초생필품이나
서비스가격은 50% 1백%까지 뛰고있는데 10%이내로 물가안정을 이루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소시민들의 "열"만 뻗치게하는 주장이다.
사상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했다는 치적도 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그배경이 경제성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않는 서비스업종사자 급증에
따른것이어서다. 제조업 근로자수는 지난수년간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주택건설 2백만호 달성은 6공이 내세우는 가장 성공적인 치적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역시 과연 공이 과보다 큰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경제인들은 대표적인 "잘못된 정책"으로 이를 꼽고있다.
2백만호 주택건설은 분명 주택가격 안정에 보탬이 되기는 했다. 반면
제조업인력을 대거흡수해 임금상승에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
건자재품귀와 관련제품 수입급증으로 물가와 무역수지적자확대에도 한몫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부 경제홍보의 허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6공기간중 총무역수지가 결코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더구나 한심하다. "물려받은 재산을
아직은 다 까먹지않았다"는 멍청한 부잣집2세의 자위행위와 무엇하나
다를바없다.
정부가 불신에 가득찬 경제정책에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하고 그 배경을
설명하는것을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해명이 성설하지 않다는데 있다.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거나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6공의 경제여건이 5공과 달리 그리 좋지않았다는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민주화에대한 대가또한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얕은 홍보공세가 이해는 커녕 불신의 증폭만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