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충격으로 기업 가치 이상으로 과도하게 하락한 소재주들의 리스트를 뽑아달라는 외국인들의 주문이 많습니다. 싼값에 사들이겠다는 것이죠."(삼성증권 뉴욕법인 영업담당자)

주가가 최근 사흘간 80포인트 이상 급조정을 받자 과도한 급락으로 판단한 저가 매수세가 발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 훼손 정도 이상으로 단기 급락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스마트 머니'(똑똑한 돈)가 들어오고 있다. 전날 하한가를 맞은 고려아연을 17일 외국인이 대거 쓸어담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 외국인 매도세 진정되나

최근 보름간 2조5000억원어치를 급하게 처분하며 증시 급락을 주도한 외국인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전날까지 하루 300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도 규모도 이날 1000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증권 홍콩법인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을 판 외국인은 대부분 헤지펀드로 파악된다"며 "한국 비중을 일정하게 가져가는 글로벌 펀드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소폭 매도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며 선별적인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3주 동안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한진해운 신세계 글로비스 LG화학 오리온 등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중대형 옐로칩에 대해선 대거 순매수했다. 김기수 CLSA증권 한국지점장은 "은행과 통신 등 이익 모멘텀이 견조한 업종들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여전히 매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 자금유입도 이상무

유동성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이동이 이달 들어 재개됐고,한국증시에 투자하는 4개 해외펀드도 지난주(4~10일) 35억9900만달러가 들어오는 등 27주째 순유입을 기록 중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잔액은 결산에 따른 재투자분과 해외펀드로 빠져나간 금액을 감안할 경우 4월 중 1조3459억원이나 감소했지만,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주식형펀드 실질유입액은 4989억원으로 하루평균 550억원에 달한다.

한상수 동양투신운용 본부장은 "올 들어 인기를 끌었던 인도 등 신흥시장 해외펀드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단기 손실을 내면서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 적립식 펀드로 다시 관심이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변과 환율 금리 등 불확실한 대외변수가 아직 잠재돼 있는 데다 2분기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도 있어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백광엽·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