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FINANCE-은행] 단타의 귀재, 신출귀몰 론스타?
극동건설 인수 직후 극동빌딩 처분
서울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끝에 고배를 마셨다가, 결국 외환은행을 사들임으로써 국내 금융사에 투자하는 데 성공한 론스타는 이미 국내에서 이름이 쫙 퍼진 ‘큰손’이다. 그런데 이처럼 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기회(opportunity)펀드’의 성격에 대해 새삼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 그것도 단순한 사기업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은행을 금융전업자라고 보기 어려운 론스타에 파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론스타가 지난 98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투자한 분야는 부실채권, 부동산, 금융회사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그동안 론스타가 부동산에 투자한 사례들은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성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론스타의 투자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론스타의 숱한 투자들 가운데서도 최단기로 꼽히는 극동건설 사례다. 론스타는 지난 4월11일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극동건설을 2,700여억원(신주 1,476억원, 회사채 1,230억원)에 인수했다. 론스타의 자금이 들어간 극동건설은 6월20일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당시 금융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부동산 위주로 투자해 오던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인수한 까닭이 극동건설이 보유한 극동빌딩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극동건설을 사들인 지 겨우 6개월 후인 10월1일 론스타는 맥쿼리CR리츠에 극동빌딩을 1,583억7,000만원에 팔았다. 회사를 사서 빌딩을 되팔았기 때문에 극동빌딩이라는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을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투자금의 58%를 빌딩을 팔아 회수한 것이다. 더구나 극동건설이라는 기업과 기업이 보유한 기타 자산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채 말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극동건설의 총자산은 7,064억원이다.
극동빌딩이 아니더라도, 이미 론스타는 부동산 탄타투자로 큰돈을 번 적이 있다. 99년에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을 650억원에 사서 2년 만인 2001년 850억원에 되팔았다. 역시 99년 SKC 여의도 사옥도 660억원에 사서 2001년 800억원에 팔았다. 두 빌딩 매각을 통해 투자기간 2년 만에 차익 300억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부실채권 투자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사실 부실채권을 사는 일은 투기와 투자를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본래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한다. 론스타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부실채권 인수로부터 시작했다. 98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부실채권 5,546억원어치를 사간 것을 시작으로 99년 8,534억원과 847억원 두차례, 조흥은행으로부터 7,600억원, 평화은행에서 1,850억원을 사갔다. 2000년에도 예보 및 자산관리공사로부터 5356억원, 2001년 4099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자산관리공사의 국제업무부 김규진 팀장은 “론스타가 사간 부실채권은 대부분 부동산 담보가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의 매입대금은 알 수 있지만, 이 채권들을 매입 후 어떻게 처분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워낙 론스타측이 외부와의 접촉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중적으로 매입한 시기가 부동산값이 바닥이었던 IMF 위기 직후였기 때문에 상당한 차익을 거뒀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한 정도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큰돈을 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는 삼성, 외환, 우리카드 등으로부터 카드채를 1조6,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인수한 채권은 추심을 통해 이익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단기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론스타가 아직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은 역삼동 스타타워 건물이다. 2001년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632억원을 주고 샀다. 하지만 자산관리회사인 론스타 스타PMC까지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음에도 그동안 공실률이 높았고, 덩치가 워낙 커서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돌았으나 쉽게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내놓고 매수자를 찾다가 다시 거둬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 투자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 그저 은행업에 투자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펴고 있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와 SK글로벌 등의 부실로 직격탄을 맞은 은행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처럼 론스타의 무형자산이나 부동산 투자는 단기성격이 짙은 가운데 실체가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스타일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론스타는 투자한 회사들의 경영진을 대부분 업계에서 경력이 많은 전문경영인으로 지정하고, 한두 명의 이사를 자사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극동건설의 경우 대우건설 등을 거친 업계 출신 한용호 사장을 비롯해 2명의 상근이사를 건설업계 출신 인사들로 구성했다. 여기에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소속이자 론스타의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인 마이클 디 탐슨이 비상근 등기이사이며,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남궁일성씨가 비등기 상근이사로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산업은행과 합작해 설립한 KDB론스타나 스타리스로 이름이 바뀐 한빛여신 등도 비슷하다. 하지만 규모나 중요도 등에서 차원이 다른 외환은행만은 예외다. 론스타 회장과 부회장, 론스타코리아의 의사결정권자인 스티븐 리 등이 직접 사외이사로 나섰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추천한 존 패트릭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마이클 톰슨 론스타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 유회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사장, 스티븐 리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매니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론스타가 기업을 사들이는 목적이 가치를 높여 되파는 데 있는지, 배당을 원하는지, 또 다른 뜻이 있는지 명확해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코리아측은 기자의 취재시도에 대해 “언론사와는 접촉하지 않게 되어 있다”며 입장표시를 거부했다.
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
[ 돋보기 | 론스타는 누구 ]
폐쇄성 강한 ‘잡식’ 기회펀드
결론부터 말하면 론스타펀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한재단, 공공재단, 민간연기금, 텍사스 석유재벌, 미국 주정부 등이 돈을 맡겨 놓은 폐쇄형 사모펀드다. 펀드를 이끄는 사람은 존 크레이켄 회장으로 설립자이자 오너다. 돈을 끌어모으는 데 일가견이 있는 펀딩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는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기본으로 돈 되는 기회만 있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기회펀드(opportunity fund)다. 한국법인의 대표는 심광수 회장과 유회원 사장이 맡고 있다.
역삼동 스타타워 19층에 사무실이 있는 론스타코리아와 허드슨어드바이저스코리아가 론스타의 한국지점에 해당한다. 론스타코리아가 투자를 결정하고,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는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역할이 나뉜다. 이밖에 스타타워의 관리회사인 스타PMC와 산업은행과 합작으로 설립한 KDB론스타, 신한신용정보를 운영하는 LSH홀딩스 등이 관계사다.
론스타는 현지인을 기용하는 전략을 사용하지만 중요한 결정은 미국 텍사스 본사에서 파견된 스티븐 리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븐 리는 하버드 MBA를 마쳤고 34세라는 것,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은 재미동포라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철저하게 비밀전략을 구사하는 까닭에 외부인이나 언론에 배타적이다. 론스타와 거래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산업은행, 리츠회사, 예금보험공사, 기타 부동산중개회사 등의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거래는 해봤지만 상대회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