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성북구 정릉4동에 있는 5층짜리 상가주택 건물 1층에 비어 있는 점포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백정종(75)입니다.

정릉 부근에서 30여년간 봉제공장을 운영하다가 18년 전 사업을 정리한 후 일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정릉에 있던 자택은 세를 놓았는데 인근에 솔샘터널이 생기고 도로가 개통되면서 집을 상가주택으로 새로 지었고 최근 완공됐습니다.


1층은 총면적 132㎡(40평)의 상업용 공간이고 2~5층은 다세대 주택입니다.

상가주택 건물은 북한산과 정릉길 중간쯤에 있고 버스정류장이 건물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정류장에는 6개의 노선 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원래 상가 1층 전체를 보증금 1억원,월세 400만원의 조건으로 세를 놓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절반인 66㎡(20평)를 보증금 5000만원,월세 200만원으로 임대했습니다.

임대한 업종은 정육백화점입니다.

임차인은 이곳 말고도 인근 지역에서 정육백화점 세 곳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면적 66㎡도 같은 조건으로 임대하려고 했지만 점포 앞면이 너무 좁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점포 임대가 여의치 않아 의정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혼인 딸에게 점포 경영을 맡기려고 했으나 딸은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저와 아내와 같은 실버세대에 적합한 업종이 있다면 아내와 함께 소일거리로 직접 창업을 해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가볍게 술 한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눌 만한 점포가 없어 커피숍이나 치킨 생맥주집을 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24시간 코인 세탁편의점'이나 최근 많이 늘어나는 홍삼판매전문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환경을 감안할 때 선뜻 다가오는 업종이 없습니다.

저희 부부와 같은 노인들이 힘들이지 않고 점포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만한 창업아이템으로 어떤게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 입지 ] 정릉입구 삼거리 대로변 인접 … 건물 10여m 앞에 버스정류장

북한산 남단에 있는 정릉동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입니다.

북한산과 삼각산이 있고 청수산 계곡물이 흐르는 등 자연경관은 수려하고 도심과 가까운 편이지만 생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주거비용도 저렴합니다.

이 지역은 의뢰인의 점포를 중심으로 도보로 5~10분 거리인 1차 상권에 1만여가구가 살고 있는 주거 밀집 지대입니다.

주거 형태는 다세대 주택과 빌라 등이 대부분이고 아파트 비율은 10%가 채 안됩니다.

서울 평균보다 노령 인구 비중이 높고 자택 수요가 많은 30~40대 인구 비중이 낮아 노령화 상권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다만 최근 도시재정비 사업으로 도로가 새로 들어서고 취약한 대중교통이 개선되는 한편 정릉 주변에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보수적이고 서민적인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소비문화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상권의 중심 도로망인 정릉입구 삼거리와 정릉 사이의 왕복 4차선 도로변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특히 점포와 10여m 떨어진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판매 업종이나 테이크아웃 외식업소로 운영할 경우 괜찮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 걸림돌 ] 면적에 비해 전면 너무 좁아 … 점포-거주지역 거리도 멀어

의뢰인의 점포가 위치한 건물은 주거용으로 지어져 동일선상의 건물에 비해 도로변에서 1m가량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점포 면적이 66㎡인 데 비해 도로변을 향하는 전면이 2m에 불과할 만큼 너무 좁은 것도 약점입니다.

상가 위층이 주택이기 때문에 업종 선정시 소음,냄새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제약이 따릅니다.

또 신축 건물이어서 점포 권리금은 없는 반면 전기 시설이나 도시가스 인입 공사,인테리어,각종 설비 구비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점포가 축산물 판매 전문점인 것도 업종 선택의 폭을 줄이는 요인입니다.

재래시장이나 동네 정육점에서 판매하던 정육을 개방형 구조로 판매하다 보니 고기 특유의 냄새가 풍기고 정육점 고유의 매장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야채·반찬가게나 정육식당 등 정육과 연관된 업소가 아닌 매장이라면 유리한 환경은 아닙니다.

의뢰인의 연령이 고령이기 때문에 점포를 운영할 인력을 별도로 고용해야 하고 점포와 거주지(일산)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매장 관리가 쉽지 않은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또 의뢰인이 30여년간 소규모 봉제사업을 한 경력은 있지만 점포 창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도 걸림돌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이 아니라 독립 점포를 열 경우 상품 구입과 판매,재고관리,홍보와 마케팅 등 운영 전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70대 연령 감안 … 편의점 1순위 ‥ 자녀에 맡길땐 정육식당 적당

'소자본 점포 창업은 인건비 건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점포에서 일하는 인력의 인건비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의뢰인 부부의 연령을 감안하면 창업 아이템에 따라 직접 운영할 수도 있고 자녀나 믿을 만한 지인에게 매장 관리를 맡길 수도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창업자의 노동력을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고용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그만큼 인건비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창업했을 경우 임대보다 수익이 더 높아야 하는데 현재 매장 여건 등에 비춰 볼 때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의뢰인 소유의 점포이기 때문에 보증금이나 임대료 등을 제외하더라도 66㎡(20평) 기준으로 3000만~5000만원 정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투자 비용을 감안하면 한 달에 최소 25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둬야 합니다.

의뢰인 부부의 연령이나 입지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점포에 적합한 업종 1순위는 편의점입니다.

매장 면적이 편의점에 적당하고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데다 주변에 슈퍼마켓 등 소매점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의뢰인은 관리시스템을 통해 매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판매원이 아닌 점장급 인력을 채용하면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편의점을 개설할 경우 의뢰인은 점포를 소유하고 있어 순수 가맹 형태로 분류됩니다.

편의점 브랜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가맹비 700만원,상품준비금 1500만원 선으로 2200만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합니다.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이고 매출이익의 65~85% 정도가 가맹점 이익으로 배분됩니다.

본사에서 집기와 인테리어를 지원해주고 다양한 장려금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메이저 업체보다는 가맹점 이익배분율이 높은 중소업체 중에서 물류와 관리시스템이 검증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나 지인에게 매장 운영을 맡기는 게 가능하다면 같은 층에 있는 정육백화점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육식당이나 돼지부속구이점,갈비살 전문점,야채·반찬가게 등도 창업 아이템으로 적당합니다.

정육식당은 고객들이 정육백화점에서 고기를 사오면 1인당 또는 테이블당 약간의 비용을 받고 조리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바로 옆 점포와 연관성 높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점포 전면이 좁은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층이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환기시설에 특히 신경써야 합니다.

식당 창업비용은 주방설비와 집기,간판,인테리어 등에 3000만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영업 무료 컨설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고민을 알려주시면 창업컨설턴트,상권분석가,음식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컨설팅 봉사단 자문위원들이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 접수는 한경창업센터(www.hankyung.com/changup 또는 02-2264-2334)로 하시면 됩니다.

< 도와주신분들 >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