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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카가와 히데코
    나카가와 히데코 외부필진-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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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으로 한국 이름은 중천 수자, 도쿄 임페리얼 호텔 출신의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와 플로리스트인 어머니 아래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를 배웠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3년간 공부한 최초의 일본인 수강생이다. 한국인 남편,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 멋과 맛 사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시간 [히데코의 힐링을 주는 레시피]

    “엄마, 이것 좀 봐. 이 조합 어때?”어릴 때부터 혼자 하는 패션쇼를 좋아했다. 중학생이던 나는 내 방의 작은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치마와 원피스, 블라우스, 스웨터, 타이즈와 양말까지 꺼내어 엄마의 화장대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조합을 바꿔가며 입어보곤 했다. 십 대 시절, 그곳은 나의 무대였다. 뭔가 어색하다고 느껴지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엄마에게 달려가 확인을 받았다.“어머, 괜찮네. 엄마 스카프, 가운데 장롱 문에 걸려 있는 거 빌려줄 테니까 목에 한번 둘러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그런 거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는 잔소리를 하신 적은 없었다. 재수를 하던 해 봄, 가족이 이사한 새집에서는 내 방에 전신 거울을 놓아주었다.열아홉이 되자 더 이상 엄마에게 “어때?”라고 묻지는 않았지만, 신발장에서 엄마의 힐을 슬쩍 꺼내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내 코디에 맞춰보곤 했다. 꽤 괜찮았다. 다음 데이트에는 이 차림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엄마 몰래 하루 종일 신고 돌아다닌 적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에 발이 까져도, 그날 밤은 말없이 요오드팅크를 발랐다.  혼자하는 패션쇼가 즐거웠던 이유 나는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멋내기를 좋아한다. 블라우스에 스웨터, 재킷, 코트, 팬츠, 그리고 스카프와 머플러까지, 겹쳐 입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배운 적 없이 시작한 혼자 하는 패션쇼는 소재와 무늬, 색과 디자인의 조합을 시험해 보며 ‘멋내기’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어려운 기술을 익혀가는 긴 연습이기도 했다.독일 유학 시절, 스페인에서의 자취 생활, 서울에서의 하

    2026.04.29 10:21
  • 레시피보다 오래 남는 것들…시간, 사람 그리고 기억 [히데코의 힐링을 주는 레시피]

    1층에 있는 요리교실 스튜디오에는 식기와 조리도구, 각종 도구를 보관해 두는 팬트리 같은 공간이 있다. 그 한쪽 구석에는 A4 용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가끔 “선생님, 지난달에 두고 간 레시피 아직 보관해 주고 계세요?”라고 묻는 수강생들을 위해 따로 모아둔 레시피 묶음이다. 작년부터 다시 쌓이기 시작한 그 높이는 지금 약 8cm. 재작년의 12cm에 비하면 꽤 줄어든 셈이다.언제부터인가 스튜디오 한켠에 레시피가 쌓이기 시작했는데, 신기한 점은 그 레시피를 두고 간 주인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겨진 레시피 더미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괜히 가라앉곤 했다. 내 한국어 표현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수강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애써 써 내려간 레시피인데. 혹시 우리가 함께 만든 요리가 맛이 없었던 걸까, 수업이 즐겁지 않았던 걸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하지만 요즘은 여전히 쌓여가는 레시피를 보아도 더 이상 마음이 내려앉지 않는다. 요리교실에 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레시피 그 자체가 아니라, 함께 채소를 씻고 한 접시씩 요리를 완성해 나가며 같은 식탁을 나누는 시간과 기억이라는 것을, 이제야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뒤 시작한 요리교실은 올해로 18년째를 맞았다. 애초에 요리교실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단독주택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강남에 사는 친구들은 연희동 같은 서울의 한적한 동네에서 단독주택에 산다는 건 한국의 부동산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만류했지만, 이 집에서 살았기에 18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요리교실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어릴 적부터 셰프였

    2026.03.26 10:43
  • 어느새 예순…'애쓰지 않는' 나를 위한 요리 [히데코의 힐링을 주는 레시피]

    쉰일곱 살 가을의 일이다. “나이 들면 감기도 잘 안 걸려.” “독감 예방주사는 평생 한 번밖에 맞은 적 없어.”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나는, 그해 가을 감기를 크게 앓았다. 림프선이 붓기 시작했고, ‘아,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그러다 어느 순간, 눈앞의 세상이 노랗게 물들어 보였다. 황사가 심한 날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때 안과든 내과든 어디라도 갔어야 했다. 하지만 ‘감기가 나으면 눈도 괜찮아지겠지’ 하며 몸의 변화를 가볍게 여겼다.몸이 안 좋다거나, 기침이 난다거나, 어지럽다는 이야기를 가족이나 요리교실 제자들, 지인들에게서 들으면 나는 늘 “빨리 병원에 가세요”, “좋은 한의사 선생님이 있어요” 하며 오지랖을 떨었다. 정작 내 일은 늘 뒤로 미뤄두면서 말이다.시야가 노랗게 흐려진 지 이틀째 되던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침실의 스탠드와 커튼이 두 개로 보였다. 그럼에도 심각함을 깨닫지 못한 나는 커튼을 열고 연희동의 풍경을 바라보려 했다. 구름도, 해도, 마당의 나무도, 맞은편 집도 모두 겹쳐 보였다. “이게 뭐지?”그제야 상황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다니던 안과에 예약을 하려 검색해 보니 목요일은 휴진이었다. 할 수 없이 집 근처에서 믿을 만해 보이는, 연세 지긋한 의사가 있는 안과를 찾았다. 돌이켜보면 그날 요리 수업도 아무 일 없는 듯 마치고, 오후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던 남편에게도, 눈의 이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해주길 바랐다고 남편은 나중에 말했다. 그때

    2026.02.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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