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지부진 일산2구역 재개발,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탄력]
일반분양만 2000가구 이상 대규모 뉴스테이…일부 일산시장 상인 반대도
일산 최초 ‘뉴스테이’ 나오나…舊일산의 新부흥을 꿈꾼다
(사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에 있는 일산시장 전경.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일산 신도시에 첫 번째 뉴스테이가 들어설 전망이다. 대상지는 일산시장과 접한 일산2재정비촉진구역(이하 일산2구역)이다. 369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뉴스테이 단지가 들어서면 침체된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산시장 일부 반대 입장은 풀어야 할 숙제다.

◆마지막 히든카드 ‘뉴스테이’…서희건설 시공사로 선정

일산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전체 구역면적은 11만9850㎡에 달하는 가운데 조합원은 455명에 불과하다.

일반분양 물량과 상업시설의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높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면 리스크도 크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리스크로 커지면서 인근 일산1구역과 3구역은 사업을 포기했고 일산2구역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조합이 꺼낸 마지막 카드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다.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용적률 상향 및 기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일반분양 물량은 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도 사라진다.

일산2구역 조합은 지난 2월 총회를 개최해 서희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나자산신탁도 경기 북부 테크노벨리 개발사업 등으로 향후 일산2구역의 임대 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예측, 임대 리츠를 설립할 목적으로 사업 참여 입찰을 완료한 상태다.

신탁사 참여로 리츠가 설립되면 착공 후 조합으로부터 조합원 지분 455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2331가구를 일괄 매입해 중산층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임대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조합은 국토교통부에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후보구역 신청을 마무리했다. 구역 발표 예정일은 8월 31일이다. 올 상반기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1차 공모에서는 37개의 정비구역이 신청해 서울 강북2구역 등 전국 15개 정비구역이 뉴스테이 사업 후보 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역별로는 인천 6곳, 경기도와 부산이 각각 3곳, 서울과 충남, 대구에서 1곳씩 선정됐다. 일산2구역도 당시 공모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일산2구역 한 조합원은 “1차 때 선정된 대부분의 구역이 임대사업자와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일산2구역도) 하반기 2차에는 반드시 선정돼서 신도시 개발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에 다시 활력이 붙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 탄현동, 일산동 일대에 들어서는 일산2구역 뉴스테이는 지하 4층~지상 49층, 총 3690가구(일반 분양 2331가구) 규모다.

도급 공사 금액은 6449억 원이며 2017년 9월 착공을 하고 2021년 3월 준공할 예정이다. 조합은 올해 하반기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내년 하반기 이주 및 철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산시장 슬럼화 심각…중국인 치안 문제까지
일산 최초 ‘뉴스테이’ 나오나…舊일산의 新부흥을 꿈꾼다
(사진) 일산 최초 뉴스테이가 들어설 전망인 일산2재정비촉진구역. /이승재 기자

8월 12일 오후 일산2구역을 찾았다. 일산2구역은 경의선 일산역과 400m 떨어져 있다. 도보로 5분 거리다. 비슷한 거리에 일산초·중·고교와 한뫼초등학교가 있고 한탄현 근린공원과 일산·운정 호수공원도 가깝다. 한때 ‘구 일산’이라고 불리며 일산의 중심지역으로 꼽혔지만 주변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특히 1908년 문을 연 일산시장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대형마트들이 인근에 들어서며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점포 매출과 함께 상가 부동산 가격도 급격히 하락했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일산2구역 한 조합원은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명품 시장이 유령 시장으로 전락해 버렸다”면서 “손님이 없다 보니 10여년 전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까지 받았던 것이 지금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슬럼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건물 벽 곳곳은 갈라져 있었고 2층에서 물이 센다는 점포도 대다수였다. 점포 주인들은 세입자들의 하자'보수 민원에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점포 주인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고 일본처럼 지진이라도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게 뻔하다”면서 “재개발이든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인 급증도 상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중국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치안 문제도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우범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시장 상인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새벽에 나오면 곳곳에 모여 있는 중국인들이 무서울 때가 많고 최근에는 좀도둑더 많아졌다”며 “시장 주변으로도 저렴한 상가 세 덕분에 중국인 운영하는 점포만 늘고 있어 차이나타운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인연합회인 일산시장번영회는 이 같은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 9일 고양시에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선정을 희망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산시장은 특색이 없고 경쟁력도 떨어져 침체된지 오래됐고, 2층의 경우 공실률이 80%에 달해 유지 관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는 내용이다.

또한 신축한지 30년이 넘은 시장 건물의 천정에서는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고 있어 지나가는 행인의 안전에도 취약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산시장번영회는 일산2구역이 뉴스테이 후보지로 선정돼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지역발전의 전환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 “시장 슬럼화 인정하지만 합당한 보상 해줘야…”
일산 최초 ‘뉴스테이’ 나오나…舊일산의 新부흥을 꿈꾼다
(그림) 일산 최초 뉴스테이가 들어설 사업 대상지.

한편 일부 일산시장 상인과 5일장 노점상들은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일산2구역 전체 토지등소유자 455명 중 일산시장 토지등소유자는 89명이며 이중 17명(전체의 3.73%)이 사업 추진을 반대한다. 조합설립 동의서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로 세입자와 5일장 노점상은 제외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보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우리도 시장의 슬럼화와 사업 추진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보상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최근 공시지가가 3.3㎡당 800만원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3.3㎡당 1000만원 이상 주고 들어왔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3.3㎡당 1000만원 이상을 보장해 주고 뉴스테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플러스 알파를 더해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은 보상 문제와 관련해 뉴스테이 후보 선정 이후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조합 관계자는 “추후 도시정비법에 따라 감정가에 따른 보상이 진행되는데 감정가와 공시지가는 엄연히 다르고 점포 위치 등에 따라서도 그 차이가 크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상가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보상할 수 있도록 조합원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아파트와 동일하게 일반 분양가의 80% 수준으로 상가를 조합원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또한 임대 상인(세입자)들의 재정착을 위해 조합원 분양 후 우선적으로 임대 상인에게 조합원과 동일한 수준의 가격으로 상가를 분양하고, 개별 영세 상인들의 경우 조합을 구성하도록 해 조합의 공동분양을 통한 개별 단위의 임대방식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 상업시설은 MD 구성 등 체계적인 상가 계획을 통해 유동 인구의 안정적 확보 및 중복 품목의 난립을 방지해 입주자의 수익과 환금성을 높일 계획이다.

5일장 노점 상인들의 반대는 고양시청이 풀어야 할 숙제다.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일산시장 주변 5일장 노점 점포수는 200여개에 달한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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