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서울 고가 지역이 흐름 주도…가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듯
비수기 불구 아파트 '거래량 폭발' 미스터리
(사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중림동 삼성 래미안 아파트 전경.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6년 7월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4387건으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5662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동안 7월 거래량으로는 최고치였던 작년의 1만2414건을 16% 초과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06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26개월 중 2006년 4분기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거래량을 보여 이사철이 아닌 여름 하한기에도 불구하고 역대 넷째 거래량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거래량이 폭발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 금리 인하에 강남 재건축 흥행이 한몫

왜 이렇게 거래량이 늘어났을까. 첫째 원인은 올 들어 거래가 주춤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작년 2015년은 아파트 거래량 측면에서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수 있다. 1월부터 8월까지 해당 월의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9월부터 거래가 조금 주춤하면서 역사적 최고치는 경신하지 못했다. 거래량도 2분기보다 3분기가, 3분기보다 4분기가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였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 발표와 공급과잉 가능성이 점점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12월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그 여파로 올해 1분기는 거래가 급감하게 된 것이다. 올해 2~3월에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거래량이 줄어들었던 것은 물론이고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7%나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주택 시장에 퍼진 비관론이 거래량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하지만 이런 3대 악재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것을 시장에서 인식하면서 거래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한국은행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하자 그동안 매수 시기를 눈치 보던 매수자들이 대거 거래에 나섰다.

둘째 원인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업 흥행의 성공이다. 고분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개포 주공2단지가 성공적으로 분양되자 강남권 재건축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는 단순히 일반 분양분에 대한 관심을 넘어 기존 낡은 주택에 대한 매수로 이어지게 됐다. 이렇게 되자 숨어 있던 자금까지 가세하면서 기존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폭넓게 살아나게 된 것이다.

그러면 거래 증가는 무엇을 의미할까. 일반 거래에서 거래의 증가는 매수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매도자도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사는 사람만 늘어나고 파는 사람이 적다면 가격은 오르겠지만 거래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파는 사람만 늘어나고 사는 사람이 적다면 가격은 떨어지겠지만 거래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늘어난다는 의미다.

◆ 집을 처분했던 사람들이 갈아타기 시도

그런데 시장에 호재가 생기면 매수세가 늘어나고 악재가 생기면 매도세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할 때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예전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오르거나 반대로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결국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올가을에 서울 아파트 값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올가을에 상승장이 무차별적으로 펼쳐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 작년 2015년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강서구·강북구·성북구와 같은 저가 지역이 거래를 주도했다.

서울 25개 자치단체에서 2006~2014년 평균 거래량 대비 2015년 거래가 많이 늘어난 8개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499만원(2016년 7월 불변가격)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비해 올해 거래량이 늘어난 8개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545만원(2016년 7월 불변가격)이다.

작년에는 상대적으로 저가 지역의 거래가 늘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고가 지역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최근 들어 전셋값 상승이 주춤하자 갭 투자도 힘을 잃고 있다. 갭 투자는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곳에 투자하는 형태이고 이 때문에 저가 지역이 주요 대상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셋값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자 갭이 커지거나 심지어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자본을 더 투하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갭 투자가 성행했던 지역에 대한 투자가 주춤한 것이다. 올 들어 강북구·성북구·중랑구·관악구 등의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 작년에 거래가 급증한 지역에서 집을 처분한 사람들이 갈아타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작년에 거래량이 많았다는 것은 집을 판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들 중 일부는 오랜 기간 동안 집이 팔리지 않거나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집을 서둘러 팔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막상 집을 팔았지만 마땅한 다른 투자처가 없다. 은행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달리고 있고 경기는 나빠 다른 곳에 투자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에 집을 소유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집을 다시 사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보통 본인이 사고 싶었던 집, 다시 말해 그동안 자금 사정 등으로 사지 못했던 집을 사게 되는 이가 많다.

결국 작년 이후 거래 급증기에 집을 처분했던 사람들의 갈아타기 수요로 과거보다 입지가 좋은 곳의 거래가 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가을 이사철에 들어서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가을에는 거래량을 동반한 상승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수혜는 저가 지역보다 현재 거래가 늘고 있는 중고가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cute-bear@hanmail.net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