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김영란법 100문 100답]
직접 대상자 400만 명 ‘금품수수’·‘부정청탁’ 꿈도 꾸지 마
초읽기 들어간 9·28 '김영란법'
(사진) 헌법재판소는 7월 2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 사건 심리를 진행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 7월 28일 나왔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시행령 확정 등 후속 작업을 거쳐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2012년 8월 16일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입법 예고한 지 1505일(4년 1개월) 만이다.

시행령 안에는 금품 수수 금지, 외부 강의 등 사례금 수수 제한, 부정 청탁 금지, 위반 행위의 신고와 처리, 신고자의 보호·보상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이 담겨 있고 공무원과 언론사·사학 임직원, 국회의원 등을 적용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제안 후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여야 간 갑론을박을 펼치며 3년 가까이 표류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새롭게 주목받아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고 3월 27일 김영란법이 정식으로 공포됐다.

그러나 당초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적용 대상 범위가 언론사·사학 임직원 등의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과잉 입법’ 논란이 일었고 청탁·금품 수수의 허용 또는 규제 기준이 모호해 일상생활에서 ‘도덕 사찰’이 일반화되는 게 아닌지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는 청탁금지법이 헌법에서 정한 과잉 금지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지난 3월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헌법 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기각이 결정됨에 따라 공직 사회 등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영란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4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권익위원회 추산 공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240만 명이고 그 배우자를 포함하면 4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초읽기 들어간 9·28 '김영란법'
◆ ‘직무 관련성’ 없어도 처벌 가능

김영란법의 공식적인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중 이 법을 최초로 제안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름을 붙여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법안의 공식 명칭처럼 김영란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이다.

이 중 금품 수수는 김영란법이 생긴 근간으로,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공직자들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합리적으로 입증하지 못해 무죄로 풀려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공적 직역 대상자들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았을 때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2~5배 과태료를 물린다.

◆ 부정 청탁해도, 받아도 처벌

이에 따라 받은 돈과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야만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형법상 수뢰죄와 달리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김영란법에서 정한 부정 청탁과 관련된 기준은 공공 기관의 재화·용역 관련 부정 청탁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제시했다. 정상적인 거래 관행은 부정 청탁이 없었다면 이뤄졌을 통상적인 거래 조건을 말한다.

특별한 사정없이 공공 기관의 내부 기준, 사규 등을 위반하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하면 정상적 거래 관행에서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립대 병원의 입원 순서를 앞당기기 위해 해당 병원에 부정 청탁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때 병원에 부정 청탁한 사람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청탁을 들어준 병원 관계자는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직자에게 공개적으로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부정 청탁 예외 대상이다. 부정 청탁은 몰래 부탁하는 ‘밀행성(密行性)’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즉 공개된 장소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언론 매체, 국민 신문고 등 공개적으로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합법이다. 공익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것 역시 부정 청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적 공직자들이 외국에서 부정 청탁을 받거나 금품 등을 받아도 김영란법이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다.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 청탁을 하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여기서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이란 해당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공직자 외에도 결재선상에 있는 과장·국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결재선상에 있지 않지만 지휘 감독권이 있는 기관장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직책에 있는 공직자들은 직무를 직접 수행하는 공직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까지 직무 수행 공직자에 포함하면 신고 의무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직책에 있는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전달하면 ‘제3자를 위한 부정 청탁’에 해당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 밖에 김영란법은 속지·속인주의가 함께 적용됨에 따라 국내에서 법을 위반하면 외국인도 처벌받을 수 있다. 속지주의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위반 행위를 한 내외국인 모두에게 법이 적용된다는 뜻이고 속인주의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위반 행위를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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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시행 확정에 경제계 ‘침울’

한편 이번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기존 시행안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경제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자영업자총연대는 ‘강한 유감’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경제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수수 금지액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외식업중앙회로 구성된 전국자영업자총연대는 헌재 결정 직후 논평에서 “경제적 부작용과 부정적 파장을 현장에서 겪을 소상공인 업계는 벌써부터 막막함이 엄습한다”며 “자영업자들은 일터를 잃게 되고 삶의 터전을 떠나 거리로 나서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실을 반영해 법 시행에 앞서 시행령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용 품목 가운데 농·수·축산물과 화훼는 배제하고 식사는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선물은 5만원에서 7만~10만원으로 제한 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적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그동안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관련 업계 피해액이 1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식사비·선물비 허용 한도 상향 조정 등을 주장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에서 “부패 방지 법률의 한계를 보완하고 공공 부문의 신뢰 향상을 기한다는 법 취지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하며 헌재의 결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한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경제·사회 현실과 함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농림축수산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요구된다”며 “각계각층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 제정 취지를 살리되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금품 가액의 범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은 공무원과 언론인들을 접촉하는 부서에서 법 시행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관해 법무팀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법규 해설집과 교육 자료를 중심으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내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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