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교육연구단 참여교수·신진연구인력·대학원생 참여
-설동훈 전북대 연구중심대학 연구팀과 함께 연구
-온라인 사회 조사 시행, 팬데믹 전후 데이터 구축 계획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4단계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연세대와 지역대학 연구자가 함께 연구하는 ‘어깨동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세대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다. 사업은 연세대 BK21 교육 연구단의 우수 인프라와 지역대학 연구자의 전문성이 결합해 진행된다.

이도훈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 위기 하에서 한국의 지역 격차와 사회 불평등’을 연구과제로 어깨동무사업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설동훈 전북대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 교수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났다.
[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⑧-팬데믹 위기 하에서 한국의 지역 격차와 사회 불평등 연구] 이도훈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균형 발전과 사회 통합 위한 정책 방안 마련”
지역의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인가
“이번 연구는 한국의 수도권·지방, 대도시·중소도시·농촌 사이의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해 비수도권 인구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전체 229개 시군구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51곳에서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 71개 중 62개(87%)의 본사와 매출액 기준 한국의 1000대 기업 중 743개 기업이 수도권에 있다. 이처럼 한국의 지역 간 불균등 발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이러한 지역 격차 확대는 노동 시장의 양극화, 성별 불평등 및 세대 간 불평등 심화와 맞물려 진행됐고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악화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지역 격차와 불평등 양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를 추적해 균형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 방안 마련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해당 연구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의 수도권·지방 간 불균등 발전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른바 ‘지방 소멸’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또한 팬데믹의 장기화는 지역의 경기 침체와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고, 여성·청년·불안정 노동자·영세자영업자·이주민 등 한국 사회의 취약계층의 삶과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팬데믹 위기 가운데 지역 격차와 불평등에 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회 조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감염병 확산이 가구 방문 면접조사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사회 조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는 확률 표본에 기반을 둔 온라인 사회 조사를 해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객관적으로 수집했다.”

연구팀은 어떻게 구성했나
“연세대 사회학과 BK교육연구단의 참여교수와 신진연구인력 전원이 어깨동무사업에 합류했다. 실무 책임은 강민형 박사가 맡았다. 교육연구단 차원에서 사회 문제 해결 지향의 공공 사회학 연구를 시행할 4명의 석사과정 대학원생을 연구원으로 선발했다. 그리고 지역의 연구중심대학인 전북대와 공동 연구워킹그룹을 구성해 참여교수·신진연구인력·대학원생 간 정례화된 연구 회의를 통해 지역 격차와 불평등 관련 새로운 서베이 문항을 개발하고 조사했다.”
[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⑧-팬데믹 위기 하에서 한국의 지역 격차와 사회 불평등 연구] 이도훈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균형 발전과 사회 통합 위한 정책 방안 마련”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2021년 사업은 지역 간 격차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국민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설문 문항과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업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카고대 산하 전미 여론조사 센터의 2020년 코로나19 영향 조사를 비롯해 코로나19 시기 진행됐던 서베이 조사를 분석해 지역 격차, 불평등, 건강 등에 관한 핵심 조사 문항을 작성했다. 특히 응답자의 직업, 계층 관련 문항의 정교화에 집중했다.
추가로 사업단은 기존의 온라인 사회 조사에서 주로 사용해 왔던 자원자 패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표본 추출 방안 마련하고자 했다. 온라인 사회 조사 자원자 패널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표성 있는 표본 확보를 위해 전북대 사회학과 연구팀과 한국 갤럽과의 협업을 6개월 이상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1월에서 2월 사이의 전국 규모의 사회 조사를 하고 1차 데이터세트를 구축했다. 조사는 서울의 지역 간 불평등과 전북 지역 내 대도시·중소도시·농촌 간 격차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조사 결과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밝히고 지역 간 격차에 대한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연구 논문을 작성할 예정이다.”

지역의 연구중심대학 전문가와 네트워크 형성은 어떻게 이뤄졌나
“전북대 사회학과 BK21 교육연구팀의 설동훈 교수가 지역대학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북대 사회학과는 지역사회, 다문화, 계층 연구의 거점으로 다문화 가족, 이민자,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및 전라북도 지역 사회 조사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지역 연구중심대학의 전문가들과의 토론과 협업을 통해 시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강화가 어떻게 지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했다.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깨동무사업 수행을 통해 도출된 대표적 연구성과를 꼽자면
“현재 ‘지역 격차와 사회 불평등(1) : 전국 편’과 ‘지역 격차와 사회 불평등(2) : 지역 편’이라는 제목의 연구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대학원생 교육과 관련해 신진연구인력이 대학원생들과 함께 사회 문제 해결 지향의 공공 사회학적 연구 설계방안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문제 해결 사회학’ 연구 모임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BK21 사업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연구가 지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나
“2021년 조사를 통해 산업구조 고도화, 탈산업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지역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한 지방 중소도시의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그리고 서울에 비해 전북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주민 참여 및 사회 활동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쇠퇴에 대응해 도시 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 개선뿐 아니라 주민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연구는 시민 참여가 지역 간 격차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어떤가
“아직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반응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올해 초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평가 요청이 지역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들어왔다. 연구단에서도 지난해 가을 전북 지역에서 질적 현지 조사를 계획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팬데믹 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바람에 현지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었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및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적 연구와 더불어 향후 연구단이 비수도권 지역사회 수준의 질적 현지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연구를 수행에 있어 연세대만의 강점이 있다면
“연세대 사회학과는 서베이 조사 데이터 구축과 계량 분석에 있어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학원생들의 문제 해결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방법론 특강, 데이터 페어와 같은 학술 행사를 개최하고 다양한 통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여 왔다. 이러한 연세대 사회학과의 강점 덕분에 새로운 사회 조사 설계, 데이터세트의 구축과 분석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두 가지의 목표가 있다. 하나는 내년에도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에 관한 전국 규모의 국민 인식 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팬데믹 위기 전후 한국 사회의 격차와 불평등, 사회 이동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시계열 연구 데이터를 구축해 파악하고자 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수준의 질적 현지 조사를 통해 청년, 여성, 불안정 노동자, 이주민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의 노동 세계와 생활 세계를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예비조사 차원에서 서울 지역 거주 2~30대 미혼 여성 사무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직장 생활 및 사회생활에 미친 영향에 관한 인터뷰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전북대 사회학과의 전문가들과 함께 전북 지역 현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결합을 통해 지역 간 격차 및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 지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수립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