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가족 간 돈 거래, 증여세 폭탄 될까
증여의 동기는 다양하다. 증여가 정말 필요할 수도 있고,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함일 수도 있고, 주택에 대한 보유세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서움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증여세를 알아보면 증여세 부담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증여세가 과세되는 거래나 행위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증여에 해당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하고, 그다음으로 ‘증여라면 비과세인지 과세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증여란 공짜다. 무상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나 아닌 타인에게 주는 것이다. 아버지가 월급을 받아 주부인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주는 것이 증여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장담컨대 오늘 밤 우리 집은 평화롭기 어려울 것이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이건 상식 밖의 얘기다. 아버지의 상식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어머니의 상식 선에서는 아버지의 월급은 ‘아버지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라고 따져 표현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는 아버지의 월급을 ‘우리 돈(소득)’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경제공동체다. 그리고 아버지는 돈을 버는 역할을, 어머니는 그 돈을 가지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을 하기로 하신 거다.

가족이라는 경제공동체를 위해 역할을 나눈 것인데, 아버지의 이름으로 월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굳이 “아버지의 것이지, 어머니의 것이 아니다”라고 콕 짚어 말한다면, 어머니가 화내시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세법이 좀 그렇다. 상식을 인정하지 않아 야박한 성격이 있다. 세법은 경제공동체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이때 세법은 아버지 편(?)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소득신고가 된 돈은 일단 아버지 돈이며,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건네진 돈은 증여의 정의에 부합한다. 그러니 일단 이것은 ‘증여’다.

용도 외 생활비·교육비도 과세 대상
지금까지는 세법상 ‘증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속상한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증여에 해당한다면 그 증여가 ‘과세 대상인지, 비과세 대상인지’를 따져볼 순서다. 사실 어머님께 건네진 생활비에 대해서는 증여임에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비과세 대상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지만 증여세에도 비과세가 열거돼 있다. 성년 자녀에 대한 5000만 원, 배우자에 대한 6억 원의 증여공제와는 다른 것이다. 세법은 비과세 대상 증여를 열 가지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항목을 열거하면서 부연해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해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납세의무자들이 오해하는 것은 해당 규정을 안내받을 때 ‘생활비’가 비과세라는 것만 인식하고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게 된다. 생활비의 범위와 금액 규모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정도’로 애매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각 가정의 경제력과 생활 규모가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률로서 특정할 수도 없고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은 숫자 규정이 있으면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지게 되는데, 숫자가 없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기준을 잡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기 마련이다. 해석을 하자면 아버지는 어머니께 생활비로 100만 원을 드리든, 3000만 원을 드리든 그 돈이 가족의 공동 소비지출로 전액 사용된다면 비과세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생활비로 500만 원을 받아 200만 원을 지출하고 300만 원씩 5년(예시적으로 5년이라고 표현한 것이며, 굳이 5년이 세법상 요건은 아니다)을 어머니 명의로 저축하면, 저축된 돈은 과세 대상 증여에 해당된다(어머니 명의로 저축된 상태만으로 증여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며, 차명인지 증여인지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다).

이 무슨 상식 밖의 얘기인가. 이렇게 해석되는 이유는 생활비의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인지를 증여세 비과세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껴서 저축하면 증여세를 과세하고 아껴 쓰지 않으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상황이 되다 보니, 저축이 미덕이라는 상식에서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규정으로 인식된다.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자녀의 생활비에 해당하니 이 또한 마찬가지다. 금액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부모가 학생인 자녀에게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눈에 과해 보이는 정도의 용돈을 주더라도, 그 돈을 모두 소비하게 되면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며, 저축을 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부부간에는 통상 부동산을 증여할 때만 증여임을 인식하고 증여세를 계산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생활비의 저축액 중 증여에 해당할 수 있는 금융 거래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미 저축액만으로도 배우자증여공제인 6억 원을 초과하는 증여가 있다면 지금의 부동산 증여는 증여공제를 훌쩍 초과하는 증여에 해당해 미처 예상치 못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육비도 빈번한 오해가 발생하는 항목이다. 자녀에 대한 교육비도 자녀에 대한 증여다. 증여이되 비과세로 열거된 항목이다. 자녀가 학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면 어머니의 노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라는 삼박자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자녀가 유학생활을 할 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유학비를 대주시며, 그것이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경우가 많다. 열거된 증여세 비과세 대상 중에 ‘교육비’가 규정돼 있기 때문인데, 법률 문구 중 별 의미 없이 읽은 표현을 간과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증여된 돈이 교육비로 지출된 것이기만 하면 비과세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피부양자에 대한 교육비’인 경우에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할아버지A는 손자C의 부양자가 아니다. 손자C의 부양의무자는 손자C의 아버지B다. 아버지B가 부담하는 자녀C의 유학비는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 맞지만, 손자C의 유학비를 할아버지A가 부담할 때에는, 할아버지A와 손자C가 부양자와 피부양자의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또 은행에서 유학비를 해외로 송금하는 과정에서도 증여세와 관련된 오해가 흔히 발생한다. 단순화된 표현으로, ‘5만 달러까지는 송금이 된다’, ‘10만 달러까지는 유학비 송금이 가능하다’고 듣고, 이를 증여세 비과세로 이해하는 경우다. 이러한 표현은 한국은행 자본거래 신고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지 등 송금액별 ‘외국환거래법’상의 절차적 차이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증여세 비과세 여부는 별개의 판단이므로, 은행에서 송금 절차를 진행하며 안내받은 5만 달러, 10만 달러라는 숫자는 증여세 비과세나 증여공제의 기준 금액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유학비를 수년간 송금하더라도 그 자녀가 유학생활 중 학비와 기타 체재비로 모두 소비·지출됐다면 비과세가 적용된다. 다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송금받았던 유학비의 일부를 가지고 들어와서 유학했던 자녀의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자금으로 사용되면 이것은 당연히 증여세 과세 대상인 자금이 된다.

부모와 자녀 간 증여 시 유의사항
최근에 자녀와의 금전 차용에 대한 증여세 과세와 관련된 자료는 꽤 많이 안내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얼마까지는 무이자로 금전소비대차가 가능하다라는 안내들인데, 이 부분 중 또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자녀(특수관계자)와의 금전소비대차도 증여세 과세 대상 여부를 2단계로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 첫째 단계는 금전소비대차 거래 중 ‘원금’에 대한 증여 여부이고, 둘째 단계는 원금이 증여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자차액’에 대한 증여 여부를 다투게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데 굳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도록 법률이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증여가 자식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증여 동기가 없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부모는 자녀에 대한 증여 동기가 거의 본능처럼 내재돼 있다. 부모, 자녀라는 특수관계에 있어 증여 목적이나 차용 목적의 금전 거래에 있어 그 구분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제3자인 과세관청이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할 때 ‘자금의 흐름’만으로는 증여와 차용을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증여가 아님을 입증하도록 요구받은 납세의무자들은 진심을 담은 설명 말고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주고자 할 때, 증여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차용증을 작성하겠는가. 아마 과세관청의 개입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부모, 자녀 간의 금전소비대차에 있어서 차용증은 대부분 쓰이지 않을 것이다.

원금이 상환된 후에 차용 입증을 요구받으면 상환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차용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원금을 상환하기 전에 국세청이 들이닥쳐서 차용에 대한 입증을 요구받게 된다면, 속을 꺼내 보여줄 수도 없고 참 답답하고 억울할 것이다. 부모, 자녀 간에 작성된 차용증은 채권의 보전 목적이 아니라 국세청을 염두에 두고 차용을 입증할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먼저 원금의 흐름이 증여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차용증의 내용대로 채무 상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용을 입증해야 한다. 무이자 자금 대여는 입증 자료가 부족한 거래 유형이 돼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이자의 지급내역이 차용을 입증하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에 무이자로 차용 계약을 하지 말고, 얼마간의 이자를 수수하도록 권유되는 것이다.

차용증과 이자의 지급 사실이 있으면 국세청이 차용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원금의 상환 능력이 의심된다면 차용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국세청은 증여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빌린 자금으로 자녀가 주택을 취득할 때에, 자녀의 예상 소득 등을 감안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서는 원금의 상환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이유로 증여로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자율은 4.6%로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즉, 차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세법상의 요건이 4.6%인 것은 아니다. 세법이 정한 이자율 4.6%는 원금 증여를 입증하기 위한 조건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고, 원금에 대한 증여 여부에 대한 다툼에서 차용으로 확인된 경우, 그렇다면 이자를 싸게 줌으로써 사실상 증여가 이루어질 때, 그 이자차액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자율인 것이다.

금융권 이자율을 감안해 2%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에 대해 증여가 아닌 차용임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자 차액을 증여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차액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세법이 4.6%를 기준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세법은 이자 차액이 1000만 원에 미달할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약 2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자 차액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하는 것은, 원금에 대한 증여 여부의 다툼에서 증여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2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경우에는, 원금 2억 원에 대한 증여 여부의 다툼에서 납세의무자의 입증 자료가 부족해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글 장욱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