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우리가 상속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는 이유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나와 가족,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한 상속은 어떻게 선행돼야 할까.
[빅스토리]"고령화 사회, 상속 갈등 더 많아질 것"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며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무병장수의 행복만 누린다면 좋겠지만 상속을 둘러싼 ‘쩐의 전쟁’으로 인해 때론 씁쓸한 노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또한 초고령화로 인해 부부가 함께 사는 기간은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고, 최근에는 이혼이나 재혼의 증가로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며, 재혼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장성한 자녀들 간 잔혹한 상속재산 다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상속·증여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가족의 행복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도 그 점에서 상속을 주목했다. 그는 이미 KBS <무엇이든물어보세요>, MBN <속풀이쇼 동치미> 등 TV와 라디오 및 다수의 강연을 통해 가정 법률문제로 힘겨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멘토 역할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그는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들과 함께 <상속을 잘해야 집안이 산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가사 전문 로펌인 숭인이 가정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련 법들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자 멘토링 시리즈 제1권으로 낸 책이다. 책에는 상속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의뢰인들을 만나고 사무실에서 관련 스터디를 하면서 가장 유의미한 86개의 사례들이 담겨있다. 이 밖에도 현재 상속 분쟁을 겪고 있는 사람부터 앞으로 상속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알아야 할 상속의 함정들에 대해 양 변호사와 인터뷰를 나눠봤다.

‘상속’에 초점을 맞추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근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상속 관련한 법률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이 있어 존엄사와 유언에 대해 2006년부터 꾸준히 해외 사례 법제 등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법무법인 숭인에서 소속 변호사들과 스터디를 해왔고 내용이 축적이 돼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상속에 대한 고민이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고민들을 자주 목격하시나요.
“우선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잘 상속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을 하시고, 상속을 받는 입장에서도 공평하고 불합리하지 않게 상속받기를 원합니다. 특히나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갑자기 상속관계가 변경되는 경우가 있어 자신들이 불의타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상속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세금문제입니다. 세금 부담으로 큰 곤란을 겪는 사례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전에는 상속세를 고민해야 할 가정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자신 가치가 상승하다 보니 웬만한 가정에서 10억 원 이상 가는 집 1채 정도 있으면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할 정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따라서 미리미리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지,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 세무 상담을 받아놓는 것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노령의 부모님을 부양하는 경우 생활비 등 현금 지급과 관련해 증빙을 잘 마련해 부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놓는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류분 개정 논의도 뜨겁습니다.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 사례가 실제로 많나요. 어떤 문제들이 있으며 변호사님 생각에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우리나라의 유류분 제도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홀대를 받아 가혹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경우 최소한으로 보호를 받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다 보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고 도덕적으로 주어서는 안 되는 자녀나 전혀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친인척들이 유류분을 주장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돼온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해외 입법례와 같이 유류분 제한제도나 유류분 상실제도가 있어 보완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속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상속을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상속인들이 협의에 의해 상속을 해야 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로만 상속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돌아가신 분의 뜻은 전혀 반영을 할 수 없고 상속인들도 협의가 잘되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 협의가 안 돼 우왕좌왕하다 보면 국세청에서 들어오는 집행 절차를 감당하지 못해 상속재산을 모두 잃고 마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언장을 잘못 남겨 상속인들 간 큰 대립을 겪기도 하는데 유언 작성 시 특히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유언장은 일단 민법에서 엄격히 요건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꼭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해도 유류분을 초과해 증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유언 작성 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신 후 작성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유언이라는 제도가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아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하죠. 가령, 기술 발달에 맞추어 유언의 형태도 더 다양화하고, 유언을 한 이후 이를 구청에 등록해 두어 상속인들이 사망하면 확인할 수 있도록 해두는 등록제도 등 시스템을 마련한다든가 유류분을 완화해 유언을 통한 기부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가 개선되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상속·증여 플랜이 있을까요.
“노노(老老)상속 갈등은 사실 고령화 때문에 너무 서둘러 증여가 이루어진 경우 발생하는 불효자들의 부양의무 불이행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따라서 부모님들은 상속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맞고 어쩔 수 없이 증여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효도각서를 작성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있게 보완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한데 사실 증여한 재산을 처분해버린다면 그 재산 반환을 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현실적으로는 증여보다는 쓸 만큼 쓰시고 상속하는 것이 더 나은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변화 속도에 비해 상속 관련 제도의 개선은 다소 지지부진한 느낌인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배우자의 상속분이 재산 분할 기여분에 준하는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에 비추어보면 아예 자녀에게 상속이 이루어지기 전에 배우자에게 먼저 상속을 하고 자녀에게는 나중에 상속을 하는 정도로 재산 분할에 준해 상속을 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상속문제를 배우자 재산 정리문제로 보는 입법례도 있습니다. 사실 집 1채 있는데 그 집이 부부의 집이었는데 갑자기 남편이나 부인이 죽었다고 해서 그 집이 부부의 집이 아니라 자식들의 집이 돼버리고 쫓겨나야 한다면 이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배우자의 기여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기여분을 너무 적게 인정하고 있어 최근에는 조금 더 인정하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아직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법무법인 숭인은 가사와 관련해 전반적인 서비스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혼인관계가 복잡해지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혼, 상속, 성년후견인 문제는 미래 나의 삶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혜로운 삶이란 문제를 회피해 가는 삶보다는 문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그 삶의 동반자가 돼드리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법무법인 숭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