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이원희 스페이스뱅크 컴퍼니 대표 인터뷰

역사가 과거와 현재를 잇듯,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을 통해 바라본 현시대의 트렌드와 미래 성장 가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뱅크컴퍼니 이원희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방향성을 가늠해봤다.
[special]"공간 트렌드는 '경험'...온오프라인 융합 활발"
[이원희 스페이스뱅크컴퍼니 대표]

“당신이 소유한 것이 당신을 정의한다(You are what you own)”는 말이 있다. 자동차와 집, 그리고 옷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시대의 소비자는 ‘어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지(You are what you access)’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그게 공유경제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공간은 공급자가 그 쓰임의 목적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공간의 목적을 만들어 나가는 추세다. 오랜 시간 공간을 연구해 온 이원희 스페이스뱅크컴퍼니 대표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공간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만나, 서로의 니즈를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미래 공간의 힘으로 본 셈이다.

스페이스뱅크는 이웃이 가진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찾아서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공간 이용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방면에서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수장인 이 대표는 15년간 LG CNS에서 기술전문가로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빅데이터 플랫폼 민간자문위원, 플랫폼 및 서비스 기반 기업의 기술 자문 및 데이터 기반 사업에 대한 고문 역할 등으로 활동하며 공간 연구에 힘쓰고 있다. 공간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그가 바라본 공간의 힘과 미래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페이스뱅크란 어떤 곳인가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페이스뱅크컴퍼니는 2018년 처음 문을 연 정보기술(IT) 스타트업입니다.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와 인공지능(AI)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어요. 스페이스뱅크는 스페이스뱅크컴퍼니에서 운영하는 공간 공유 플랫폼입니다. 거시적으로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대표적으로는 공간의 운영자(호스트)와 이용자(게스트)에게 공간 예약 및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또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를 통해 공간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공간 트렌드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special]"공간 트렌드는 '경험'...온오프라인 융합 활발"
[공간 공유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스페이스뱅크의 산하 연구소 공간연구소에서 출간한 <2021 공간 트렌드-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

최근에는 2020년 한 해 동안 발행했던 다양한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콘텐츠를 <2021 공간 트렌드 - 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이라는 제목으로 엮어 단행본으로 출판했어요. 본 플랫폼 사업 외에도 스페이스뱅크컴퍼니는 AI, 로보틱처리자동화(RPA), 데이터 기반의 AI 테크 비즈 브랜드 ‘라이드(RAIID)’를 론칭해 운영 중입니다.”

공간을 연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예전에 비어 있는 방을 활용하려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요. 빈 방을 여행자들의 숙소로 사용하도록 공유했는데, 이용자분들이 파티룸이나 모임 장소, 촬영 공간 등 생각보다 더 다양한 용도로 그 공간을 활용하시더라고요. 그때 공간이라는 것이 공급자가 사용 목적을 정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목적에 맞게 찾아서 쓴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비어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올리고, 게스트가 다양한 유형의 공간들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을 찾아 이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스페이스뱅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스페이스뱅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호스트들을 만나게 되는데, 호스트 분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고민하시는 지점이 있었어요. 위치 선정이나 콘텐츠 기획, 가격 측정 등 공간 운영에 있어서 결정이 필요한 순간들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된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지역별, 유형별, 규모별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에 대한 평판 분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환호하는 공간 트렌드는 어떤가요.
“다양한 미디어와 콘텐츠에서 다뤘듯, ‘#경험’인 것 같아요. 요즘 사랑받는 공간들의 핵심 키워드죠. 특별하고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사랑받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이라는 단어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져요. 인테리어나 스타일링을 통해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등 요즘 사람들에게 공간은 어떤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단순한 ‘수단’이 아닌 것 같아요. 공간 그 자체로 즐기기 위한 ‘목적’이자 대상이 되는 거죠. 최근에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점이나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론칭한 베이커리 ‘누데이크’만 봐도 알 수 있죠. 두 공간 모두 ‘백화점은 이래야 해’, ‘디저트는 이래야 해’ 하는 기존의 전형성이나 선입견 같은 것들에서 탈피했어요.
그런 시도들이 공간의 이용자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죠. 공간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공간 이용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그것이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 중심에는 공간주(호스트)의 비전이나 미션, 아이덴티티나 핵심 가치가 명확하게 서 있어야겠죠.”

공간이 주는 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공간은 이용자와 함께 호흡하는 유기체 같은 존재예요.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공간은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쳐요.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같은 것들 모두예요. 그런 차원에서 공간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공간은 우리를 편안하게 안정시키기도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거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해요. 창의력과 샘솟는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공간 재생,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기에는 경제적·물리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이미 많은 공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 재생이나 복합문화공간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공간 재생은 쇠퇴한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음으로써 얻어지는 특별한 시너지도 있는 것 같고요.
이를테면 과거에 공장이었던 곳을 재생 건축을 통해 카페로 변화시키는 경우에, 공장 건물이 가지는 특유의 거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바이브 같은 것이죠. 이런 느낌은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면 흉내 내려고 해도 잘 안 나오는 것이니까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어우러져서 생기는 독특함이 발산되는 것 같아요.

또한 앞에서 말씀드린 공간 이용자의 ‘경험’이 중요한 상황에서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앞으로는 어떤 공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물리적인 구성과 경험 측면에서의 콘텐츠 구성이 적절하게 결합이 돼야만 할 것 같아요.”

관련해서 대표적인 공간 3곳을 추천해주신다면요.
“디자인바 ‘꽃술’, 아트스튜디오 ‘커먼플랏’, 그리고 브랜드 커뮤니티 ‘Be my B’에서 운영하는 ‘데어바타테’를 추천하고 싶어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꽃술’과 ‘커먼플랏’에 대한 소개는 저희 책 <2021 공간 트렌드 - 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에서 보실 수 있고, ‘데어바타테’는 각종 브랜드와 협업해 전시가 활발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금 서울에서 제일 핫한 동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해 있으니 성수동 나들이 가실 때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공간 나눔, 가치 소비 등을 통해 윤리적 공간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늘고 있는데 어떤가요.
“저희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도 이 부분에 주목했어요. 우리나라에도 환경, 젠더 등 다양한 사회적인 가치와 윤리를 담고 있는 공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세대가 변화하면서 옳다고 믿는 가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연대하고, 이런 것을 SNS 등을 통해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MZ(밀레니얼+Z) 세대에서는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죠. ‘가치 소비’와 ‘선한 영향력’ 같은 키워드로 표현될 수 있겠네요.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공간에도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더 다양한 가치들이 녹아들어 있는 공간이 계속해서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공간들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향후 공간 소비의 방향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요.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 마음속에 계속해서 내재돼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 소비에서도 ‘비대면’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이러스가 종식돼도 사람들은 좀 더 쾌적하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경험을 찾게 될 거예요. 기술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비대면’ 경험은 가속화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융합형 서비스의 시도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스뱅크도 이와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융합형 서비스가 있고요. 꼭 오프라인 공간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공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채널이나 콘텐츠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간주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그 준비를 돕기 위한 인프라들도 갖춰져야 하고요. 스페이스뱅크가 이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공간주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윤리적 공간 소비도 늘어날 거예요. 비거니즘, 친환경 같은 지속 가능성을 갖춘 공간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글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스페이스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