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 최강 파트너로 부각…로봇은 융·복합 가전의 결정체

[비즈니스 포커스]
LG전자가 공급한 CID가 차량 내 운전석 왼쪽에 장착돼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공급한 CID가 차량 내 운전석 왼쪽에 장착돼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휴대전화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새로운 가능성에 명운을 걸었다. 선택과 집중. LG전자의 백년대계를 위한 새 성장 동력은 ‘자동차 부품(전장)’과 ‘로봇’ 사업이다.

“모바일 다음 모멘텀은 전장”

지금까지 LG전자의 축은 5개 사업부였다. ‘백색가전은 LG’란 인식을 만든 생활가전(H&A), 프리미엄 TV 시장을 이끄는 홈엔터테인먼트(HE), 2강 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모바일(MC), 전기차 시대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자동차 부품(VS), 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담당하는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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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4월 5일 MC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회사의 축을 4개의 사업부로 재편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잘하고(H&A, HE) 있고 잘해야 하는 미래 사업(자동차 전장, BS 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적 영업적자만 5조원 규모인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고 기존 먹거리인 H&A, HE와 차세대 먹거리인 VS, BS사업부로의 선택과 집중을 의미한 것이다.

LG전자 역시 모바일 다음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함께 텔레매틱스, 내비게이션,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같은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장치 등 안전·편의 장치,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모두 개발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완성차 업체에 이 모든 부품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LG전자의 최대 장점이다.

LG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LG화학·LG이노텍·LG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 계열사와 전략적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전장 사업 투자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차량용 헤드램프),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개 축을 완성해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의 경우 오는 7월 캐나다 국적의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 법인명은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가칭)’이다. 업계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인버터·차량충전기는 물론 구동 시스템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합작 법인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수년간 매출이 연평균 50~70%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합작 법인과 애플의 ‘애플카’ 협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 계열사들이 이미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 관계인 데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애플카를 제작할 준비가 돼 있고 북미 공장 증설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협력설에 힘을 실은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마그나인터내셔널이 과거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할 만큼 애플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고 있고 최근 코타기리 CEO의 발언으로 합작 법인을 통한 전기차 핵심 부품 조달로 향후 애플카의 위탁 생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룩소프트(Luxoft)와 합작 법인 ‘알루토(Alluto)’를 설립했다. 인포테인먼트는 길 안내 등 정보와 영화·음악·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단어로, 차 안에서의 차별화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차의 핵심 기술이다. LG전자는 알루토를 통해 전통적인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의 역할을 넘어 커넥티드카에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차량용 조명 시스템에서도 글로벌 전장 기업과의 협력이 이어졌다. 앞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부품 티어1(Tier 1)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은 물론 유럽·미국·아시아 등 글로벌 8개국에 총 12개 사업장을 둠으로써 글로벌 인프라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미국 퀄컴과도 협력해 차세대 커넥티드카에 탑재할 ‘5세대 이동통신(5G)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전기차 핵심 부품에 이어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도 전장 산업과 관련해 LG전자의 통 큰 투자가 지속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2024년 전기차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2~3년 짧은 시장 진입의 준비 기간과 테슬라와의 경쟁 구도 등을 고려할 때 전기차 파트너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며 “LG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최상의 파트너로 부각되며 전기차 시장의 생태계 형성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바이 모바일’…LG전자, 새 격전장 전장·로봇 필승 카드는
“로봇 사업으로 선제적 미래 준비”

전장과 함께 LG전자 미래 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부문은 바로 ‘로봇’이다.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로봇 사업을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 사업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지난 연말 조직 개편에서 로봇사업센터를 5개 사업부문 중 하나인 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해 이관했다.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는 이유는 회사가 강조하는 ‘AI 스마트 홈’이 곧 로봇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조성진 LG전자 전 부회장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모은 융·복합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융·복합이 끝까지 진전된 모습이 바로 로봇”이라고 말했다.

로봇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첫째 전략은 외부와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 ‘LG 보스턴 로보틱스 랩’을 설립했다. 로봇 인프라가 풍부한 보스턴에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미래 로봇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를 이끄는 김상배 MIT 기계공학부 교수와 긴밀하게 공동 연구에 협력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투자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MC 사업의 적자 해소는 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 미래의 성장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전략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LG전자 협동 로봇인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한국 최초로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는 영업 활동에 본격 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현재 LG트윈타워·LG베스트샵 매장에서 상용화를 시작했다.

세균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LG 클로이 살균봇’은 올해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실내 공간을 누비며 사람의 손이 닿는 물건들의 표면을 살균하기 때문에 호텔·병원·학교·사회 복지 시설 등 분리되고 독립된 공간이 많은 건물에서 방역 작업을 하는 데 유용하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목적지를 설정해 순차적으로 물건을 배송한다. 최대 4개의 칸에 20kg까지 물건을 나눠 담을 수 있어 레스토랑을 포함해 병원·호텔·사무실 등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굿바이 모바일’…LG전자, 새 격전장 전장·로봇 필승 카드는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이번 결단이 미래를 위한 혁신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강호 애널리스트는 “전장·로봇·AI 등에 추가적인 R&D 반영으로 LG전자만의 새로운 아이덴디티를 만들 것”이라며 “그것은 곧 AI 기반의 통합 솔루션 업체로의 성장”이라고 LG전자의 미래를 그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