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과반수’ 저작권 침해 문제 있다고 느껴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정민 대학생 기자] “강의 녹음본 구해요. 사례하겠습니다.” “족보 판매합니다. (가격) 제시해주세요”

오늘날 대학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며 ‘온라인 강의 녹화본’을 공유하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거래도 생겨났다.

이처럼 간단히 행해지는 저작권 침해 행위는 이미 대학가에서 만연하다. 강의 녹음본 거래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시 인터넷상에 올라온 사진을 저작권 라이선스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하고, 시험이나 강의 관련 파일을 매매하기도 한다.

이렇듯 대학생들은 저작권 관련 상황에 가까이 노출돼 있지만, 무엇이 저작권 침해인지에 대한 오해 또한 다양하다. 저작권 위반에 대한 의식도 부족하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대학생들의 저작권 관련 인식 수준을 조사해 보고, 자주 헷갈리는 저작권 관련 상황들에 대해 알아봤다. 설문 조사로 알아보는 대학가 저작권 인식
설문 결과
설문 결과
우선 대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중 접하기 쉬운 저작권 관련 이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설문은 여러 저작권 관련 상황을 제시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복수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약 3주간 이뤄졌으며 인하대 외 6개 대학 재학생 202명이 참여했다.

먼저 ‘강의 녹음·녹화’에 관한 질문에서는 ‘개인적 목적의 강의 녹음’은 가능하다는 답변이 가장 우세했다(전체 응답자의 75.2%). 이어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무료 공유(7.4%)’와 ‘유료 판매(1%)’ 또한 소수의 참여자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교재 제본에 관한 상황에서는 상당수 참여자가 제본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긍정 응답 중 저작권법상 불법인 ‘인쇄소에서 전공 책 제본’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시험 족보에 관한 상황에서는 불법인 ‘무료 공유(37.6%), 유료 구매(13.9%), 유료 판매(11.4%)에 대해 일부 참여자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리하면, 과반수의 참여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몇몇 상황에서 상당수 참여자는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흔들리는 저작권 개념들
이처럼 대학생들은 저작권 침해 관련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있으면서도, 어떤 것이 침해이고 어떤 것이 정당한 사용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존재했다. 헷갈리기 쉬운 저작권 개념들을 알아보자.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녹화본 공유 거래 늘어
대학생이라면 복습을 위해 강의를 녹음·녹화하는 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미처 놓친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볼 수 있고 공부하기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파일을 거래하기도 한다. ‘기프티콘’ 등으로 간단한 사례를 하는 것부터, 금전 거래까지 오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녹음·녹화와 파일 공유는 문제가 없을까?

먼저 저작권법 제4조에 따르면 ‘소설, 시 논문, 강연, 연설, 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등을 저작물의 예시로 들고 있다. 따라서 대학 강의 또한 저작물의 일종이다. 그러므로 강의 내용은 무단 복제, 배포 등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는다.

다만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학생이 복습 등 개인적 이용을 목적으로 할 때에는 제한적으로 녹음·녹화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거나, 유료로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대학가에는 ‘불법 녹음·녹화본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녹음’, ‘녹화본’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파일을 거래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녹화본 공유 거래 늘어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녹화본 공유 거래 늘어
다음으로 대학가 저작권 문제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례로 ‘족보’가 있다. 족보는 시험 문제를 복원해 만든 것을 의미한다. 시험지 원본을 공유하는 경우부터 복기한 문제들, 간혹 창작자의 필기가 추가된 형태까지 다양하다.

어떤 형태든 원저작자의 허락이 없다면 불법 저작물이나 이미 대학가에서는 족보가 만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돈을 받고 파는 것부터 학과 선후배, 동아리 내 공유, 심지어 족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까지 존재한다.

대학 커뮤니티만 봐도 족보를 판매하거나 구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족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나 판매하는 곳도 등장했다. 실제로 A 사이트에서는 가입한 학생들이 시험 기출문제를 공유하고, 회원들은 포인트를 모아 족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족보(시험 문제)는 엄연한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사이트에 공유하거나, 암암리에 족보를 거래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다. 간혹 ‘족보 제작자’가 필기나 추가적인 창작을 가미해 만든 족보는 ‘2차 저작물’로 인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족보는 원저작자인 교수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참여자는 ‘족보 공유’가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2.4%가 ‘족보 무료 공유’가 불가하다고 응답)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녹화본 공유 거래 늘어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전공 서적을 구하려 동분서주한다. 몇만 원을 호가하는 책 가격이 학생들에겐 부담이기도 하다. 그럴 때 ‘제본하면 싸게 할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리기 쉽다. 전공 책 제본은 해도 되는 것일까? 단순히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일까, 아니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동일까?

앞서 소개한 저작권법 제30조에 의해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흔히 이뤄지는 인쇄소 등을 통한 제본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대학생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본 설문 조사에서 인쇄소에서 전공 책을 제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답변자 중 41.1%에 달했다.

또한 불법 제본을 이용한 학생 중에서는 저작권법 위반 사실을 알고도 이용하는 학생도 다수였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불법 복제를 경험한 대학생 76.3%는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불법 복제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과반수 대학생은 위반 행위임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책을 제본하고 있었다. 대학 생활 속 저작권을 잘 지키려면?
이처럼 대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저작권 관련 상황들이 많음에도, 잘못된 인식 또한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인식을 함양할 수 있는 창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블로그 등을 통해 저작권 관련 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률상담 등 헷갈리는 저작권 법률 관련 사항을 찾아보거나, 문의할 수 있다. 무료 수강이 가능한 ‘대학생 저작권 교양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도 교양 과목 등으로 저작권 관련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인하대의 경우, 창의·도전영역 교양과목으로 ‘지적재산권의 이해’ 등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저작권에 관한 관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여태까지 너무 저작권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앞으로 저작권에 유의하여 저작물을 사용해야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저작권 침해를 쉽게 행하는 의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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