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SPC그룹 직원들까지 고객응대에 적극적.

- 센스있는 준비물도 배포 비 오자 우산, 물 공급

- 버거는 기대이하의 맛과 퀄리티. 하지만 쉐이크는 기대이상


1분안에 보는 쉑쉑버거 솔직 후기. 촬영 지연주 인턴기자



11시? 10시? 9시? 눈치 빠른 자가 승리하는 대국민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지난 7월 22일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 1호점이 강남에서 오픈하면서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려 개점 일에는 전날 밤 10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11시 개장시간에는 이미 15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는 기사가 속속 올라왔다. 오픈 당일 오전 7시부터 대기한다는 SPC그룹 홍보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개점 3일차인 7월 24일 일요일, “조금 한산해 졌겠지?”라는 오만한 생각을 한 채 쉐이크쉑으로 향했다.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사진 지연주 인턴기자

[10:30. 매장 대기 줄에 들어서다]

개점시간에는 너무 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아침에 도착하자니, 11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10시 30분. 개점을 30분 앞두고 도착한 쉐이크쉑 매장 앞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룬 이후였다. 매장 앞 5줄로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 그래도 기다릴만 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매장의 측면과 건물 뒤편까지 이어진 줄을 보고 실감했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단하다!”

[11:00 개장, 손님들 입장 시작]

30분 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줄이 11시, 가게가 문을 열자 점차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줄을 선 중간중간 지점마다 SPC그룹 직원들이 사고나 새치기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통제했다. 그래도 어디가나 ‘얌체족’은 존재하기 마련. 앞서 있던 사람은 분명 1명이었는데, 줄을 선지 30분이 지나자 일행 5명이 우루루 끼어들기 시작했다.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건장한 남자들이었던 탓에. 힐끗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주는 수밖에.


[11:30. 인내심의 한계 임박. 웨이팅 필수 준비물은?]

웨이팅 대란에 합류한 지 1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인내심의 한계에 임박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설상가상 비까지 내렸다. SPC그룹 측은 센스있게 물과 우산을 준비하여 기다리는 손님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노트북과 카메라가 든 가방이 무거워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파왔으며 점점 “내가 햄버거 하나 먹겠다고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가!”는 회의감에 빠졌다. 대기줄 속 손님들도 이심전심이었던 듯 하나 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나지만 여기 줄 서 있는 사람들 대단하다” “비도 오는데 꼭 먹고 싶을까” 자조적인 목소리는 물론, “오늘내로 들어갈 수는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기본 2시간의 대기 시간을 버텨야 하는 쉐이크쉑. 이를 인내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USB 선풍기와 기다림을 지루하지 않게 해줄 핸드폰 및 아이패드는 필수. 배터리 방전을 대비하기 위한 보조 배터리 한 개도 가방에 넣어두면 좋다. 무한도전을 2개째 보고 있으니, 차례가 돌아왔다. 드디어 입장이다!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주문대.


[12시 30분. 두근두근 입장]

꼬박 2시간을 기다려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입장 하기 전 창가 바로 앞 대기줄에 들어서면 많은 이들이 간판과 함께 사진을 찍기 바빠진다. 초록색 간판과도 찍고, 메뉴판과도 찍는다. 우여곡절 끝에 입장하면 또 다시 주문 줄을 서야 한다. 손에 꼭 메뉴판을 쥐고 메뉴고민을 하다 보면, 금세 차례가 돌아온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매장은 의외로 훨씬 넓다. 대표메뉴인 쉑버거 더블(더블과 싱글의 차이는 패티 개수의 차이다.) 바닐라 쉐이크. 시카고 핫도그와 쉐이크쉑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레몬에이드까지 주문했다.

주방은 활짝 열려 있었고, 종종 외국인 점원들도 보였다. 주문을 마치고 진동벨을 갖고 자리를 잡았다. 메뉴가 나오기 전 셀프바를 이용해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 각종 포크와 숟가락, 나이프를 경건하게 세팅한다. 매장 곳곳에는 정장차림의 중년 SPC그룹 사원들도 고객을 응대하는데 열심이다. 오픈키친이 궁금해 사진을 찍고 있는데 SPC그룹 직원들로부터 촬영을 제지당했다. 그래도 활기차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저절로 흥이 났다. 진동벨이 울렸고, 2시간의 기다림 끝에 일명 ‘쉑쉑버거’가 내 손에 들어왔다.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주문한 메뉴들.

(가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닐라 쉐이크' '치즈프라이' '카고 핫도그' '쉑버거(더블)' '레몬에이드(오리지널)'

[12:40 감동적인 첫 시식의 순간]

동행인과 핫도그와 쉑버거를 반씩 갈라 나눠먹었다. 짭조름한 패티의 맛과 치즈의 풍부한 향이 한입에 조화롭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토마토가 잡아준다. 핫도그의 경우 훈연된 소시지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고 피클과 할라피뇨와의 조합도 괜찮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마치 ‘Heaven’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마치 프랜차이즈 버거를 잘 커스텀하면 나올 수 있는 맛이었다. 맥도날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더블 쿼터파운드 치즈버거’에 토마토를 추가하고, 케요네즈(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바른 맛이랄까.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쉑버거 더블. 가격은 1만 900원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쉑 카고 핫도그. 가격은 5500원


1분 만에 보는 쉑쉑버거 후기. 쉐이크쉑 오픈 3일차 “그깟 버거가 뭐라고 2시간을 기다리게 해!”

바닐라 쉐이크와 치즈프라이. 가격은 각 5900원, 4900원.


하지만 음료는 꽤나 흡족스러웠다. 바닐라 쉐이크는 꾸덕꾸덕한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잘 살렸으며, 레몬에이드는 시럽이 아닌 진짜 레몬을 착즙하여 탄산수와 혼합한 듯한 자연의 맛을 선사했다. 함께 주문한 감자튀김을 바닐라 쉐이크에 찍어먹으면 궁극의 ‘단짠단짠’ 조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버거를 주문할 때는 ‘싱글’보다 ‘더블’을 추천한다. 4000원 차이지만, 패티 하나가 더 추가되므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은 상상 그 이상이다. 씹을 때 터지는 육즙은 물론 시즈닝된 후추의 맛이 혀에서 ‘미국’이 느껴지도록 만든다.

[14:00 안녕, 쉐이크쉑]

궁극의 고칼로리, 지나친 나트륨이 함께 한 식사를 마치고 나자, 남는 것은 3만 1100원이 찍힌 영수증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 돈이면 평일 애슐리 런치를 양껏 즐기고도 남는 돈이지 않는가. 2시간을 기다려 맛본 쉑쉑버거는 맛있었지만, 다음 번에 또 올 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할인 이벤트를 시행한다면 모를까.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