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군대에 안 갔다 와도 괜찮아요.” 12월 11일 서울 회기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만난 4명의 신입직원은 모두 “입사 전, 한국국방연구원이라 해서 당연히 군사지식이 필요할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연정, 손윤진 두 여성 연구원은 “면접 때 군사용어를 물어볼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질문들은 면접 때 나오지 않았다. 대신 면접관은 전공과 논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국국방연구원 입사를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12월 11일 서울 회기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4명의 신입직원을 만났다. 왼쪽부터 손윤진 연구원,

전재우 선임연구원, 우남기 4급관리원, 김연정 연구원. 사진=서범세 기자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자주국방을 위해 1979년 1월 국방관리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1987년 3월, 국방현안이 급증하면서 독립적인 국방정책 종합 연구기관으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안보전략연구센터, 군사기획연구센터, 국방획득연구센터, 국방운영연구센터 4개 연구센터와 함께 국방정보체계관리단까지 크게 5개 조직으로 이뤄져있다. 총 450여명의 임직원 중 연구진만 330명에 이른다.


‘국방’이라면 이공계 전공자가 많을 것 같지만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열 출신은 각각 55%와 45%로 큰 차이가 없다. 연구원의 상위 2개 출신전공 역시 산업공학과 정치외교학으로 문?이과를 아우른다. 특히 입사 단계에서 군사지식은 크게 필요치 않다. 김종엽 대외협력실 담당관은 “워낙 전문용어가 많아서 누구든 입사 후 새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직무 전문성과 인성만 갖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신입 4인 PROFILE]

- 전재우 선임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 베이징대 동방학원 한국학 박사 / 2017년 7월 입사

- 김연정 연구원(국방획득연구센터 비용방산연구실)

: 성균관대 경제학 석사 / 2015년 9월 입사

- 손윤진 연구원(국방운영연구센터 국방재정분석단)

: 서울대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 2016년 3월 입사

- 우남기 4급관리원(행정지원부 재무과)

: 연세대 경영학 / 2016년 12월 입사


직원 중 문과 출신 45%...자율성 존중하는 열린 문화


“군 경험이 없으니 국방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이 났어요. 그러다 문득 어릴 때 사촌오빠와 열심히 삼국지 게임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때만큼만 재미있게 연구하자는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김연정(29) 연구원이 있는 국방획득연구센터 비용방산연구실은 획득사업의 비용분석, 국방연구개발 및 국방과학기술 등의 정책과 제도 등을 연구한다. 김 연구원은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다. 특히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다른 공공기관에서 3년간 근무하다 문득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막상 국방 분야라니 걱정이 앞섰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김연정 국방획득연구센터 비용방산연구실 연구원


합격 후 친구들이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도 “너 군대 가느냐”였다. 김 연구원 역시 업무 분위기가 군대처럼 수직적일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각자의 연구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줬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복잡한 무기체계는 큰 숙제였다. 김 연구원은 “입사 전까지는 총이 한 종류인줄 알았다”며 “매번 새로운 과제에 참여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재우(39) 선임연구원은 북한군사실 소속으로 북한의 제반 상황을 분석하고 맞춤 대응전략을 짠다. 1998년 판문점에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통일 소 북송작전’ 등 북한관련 굵직한 사건을 지켜보며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이에 놓인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근본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후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 가 런던 정경대에서 비교정치학 석사, 베이징 동방학원에서 한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전 선임연구원은 “중국 반환 전의 홍콩, 한중수교 이후의 베이징, 산업혁명의 시발점인 영국 등 동서양 ‘체제변화’ 현장의 한 복판에 있었다”며 “귀국 후 한국에서 이 때의 경험을 조화롭게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전재우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


대학교수를 거쳐 한국국방연구원으로 이직한 후, 그는 비로소 20대 초반의 관념적 고민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기밀자료에의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연구의 폭도 넓어졌다. 전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안보라는 개념이 국가간 이해관계에 기반해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죽이고 적을 없애는 것만이 안보라는 좁은 개념에서 벗어나 더 넓은 안목과 큰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윤진(27) 국방운영연구센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국방자원의 효율적 확보 및 운영방안을 연구한다. ‘윤일병 사건’ 발생 후 각 부대 생활관에 CCTV를 설치했는데 이후 사고율 증감을 분석한 게 바로 그가 소속한 연구실이다. 최근 대두되는 3축체계 후의 전력운영비, 군인 감축시의 인건비를 연구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이들 연구원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곳은 바로 우남기(30) 관리원이 속해있는 행정지원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우 관리원은 현재 재무과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다. 학사장교 출신으로 재정장교로 복무한 그는 국방과 전공을 결합한 일을 찾고 싶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그에게 안성맞춤의 직장이었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NCS 기반 블라인드 채용...석사급 연구원은 논술시험


한국국방연구원은 수시채용과 함께 연 1~2회 공개채용으로 직원을 선발한다. 국책연구기관인 만큼 채용방식은 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블라인드 채용을 활용한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NCS직업기초능력검사?인성검사, 3차 PT면접?인성면접 순이다.


채용전형은 연구직과 관리직이 다르다. 연구원의 등급체계는 연구원,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책임연구위원 순이며 연구직 채용절차는 다시 선임연구원이냐 연구원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박사 출신인 전재우 선임연구원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전형 세 가지를 거쳤다. 면접 때는 한국 분단사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10여 명의 면접관 앞에서 20분간 PT를 했다. 합격비결을 묻자 전 선임연구원은 “입사 후 각오를 묻기에 아이가 할퀸 흉터를 보여드리면서 나는 쌍둥이 아빠다”라고 했다며 웃어보였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손윤진 국방운영연구센터 국방재정분석단 연구원


김연정?손윤진 두 석사 연구원은 인적성검사와 면접 사이에 논술시험을 치렀다. 논술시험 주제는 당시의 군사안보 관련 이슈였다. 손 연구원은 “연구직이나 인적성검사보다 논술이 더욱 중요할 것 같아 일 북한이나 국방 관련 뉴스를 꼼꼼히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논술 주제로는 구체적인 답이 있는 게 아닌 자유롭게 논리를 펼칠 수 있는 것이 나온다”며 “동기들의 답도 굉장히 다양했다. 정해진 답을 찾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면접 때는 석사논문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오고갔다. 인권과 노동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유일한 관리직인 우남기 관리원은 필기시험도 치렀다. 이 시험은 현재 NCS직업기초능력검사로 대체됐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우남기 행정지원부 재무과 4급관리원


바로 옆이 홍릉 수목원...안마기 비치된 여성휴게실도


3명의 연구원은 입사 후 느낀 가장 큰 장점으로 ‘연구실’을 꼽았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원들은 2인 1실 또는 1인실에서 독립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본관 바로 옆에서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40실 규모의 또 다른 연구관이 공사 중이다.


탁구시설이나 포켓볼, 당구 등 취미공간부터 안마기가 비치된 여성휴게실도 있다. 연구원 바로 옆에는 산림청이 운영하는 홍릉 수목원이 있어 서울시내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으로도 불린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도 종종 산책을 즐긴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탄력근무제와 함께 사내 어린이집도 운영 중이다.


이제 갓 1~2년차인 이들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이들은 “안보와 국방 분야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서의 사명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 신입 직원 4인 “군사 지식 없어도 입사 가능해요”


사진=서범세 기자

tuxi0123@hankyung.com